"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요즘 정부 · 여당이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퍼져 나온 유행어부터 머리에 떠오른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최고의 두뇌집단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현상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정책혼선은 이루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정부와 집권여당 간 등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문제에선 정부와 집권여당이 충돌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소급 적용 계획까지 내놓았다. 당정협의를 거친 만큼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실제론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고 법안은 표류 중이다. 정부를 믿고 부동산을 판 사람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자동차산업 지원책을 둘러싼 행보는 더 한심하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 지원책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한동안 갈등을 빚더니,다음 달 시행할 정책을 한 달이나 앞서 발표해 가뜩이나 힘든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앞뒤를 재지 못한 한건주의 발상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여기에 또 발을 걸었다. 노사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라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소비자들이 어떻게 처신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뿐만 아니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재건축,변호사시험법,병원 영리법인 허용문제 등 정부부처 간 또는 여당 서울시 등과의 견해가 엇갈려 혼란을 빚는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조령모득(朝令暮得)이니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니 하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정부부터 이렇게 갈팡질팡해서야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국민과 기업들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지고 그에 비례해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정부의 갈지(之)자 걸음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고도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앞장서 이끌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우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정부 내 조정 기능의 강화가 절실하다. 경제수석 외교안보수석 등의 역할 확대를 통해 부처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질적 경제팀 수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방안이나 과거처럼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급해 보이는 건 장관 등 고위정책 관료들의 조급증을 해소하는 일이다. 지금 각 장관들,특히 경제장관들은 추진력과 업무성과를 중시하는 CEO출신 대통령을 의식해 하루 빨리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는 인상이 완연하다. 부처별 협의나 당정협의도 완료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 자체가 그런 압박감을 입증한다. 그렇지만 '우선 터뜨리고 보자'식 행태가 좋은 결과를 낳을 리 만무하다. 정책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대통령에게까지 누를 끼치는 꼴이 되는 까닭이다. 돋보이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되는 셈이다.

탈무드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말을 저울에 달아 보라"고 충고했다. 그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라면 특히 그러해야 한다. 국민들과 기업,시장의 형편부터 철저히 헤아리면서 내놓는 정책이 국민 불편을 유발하지는 않을지,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윗 분'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먼저 국민을 쳐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올바른 정책,중심이 잡힌 정책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