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용인술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바마 정부는 주요 외교전선마다 '특별대표'나 '특사'라는 스마트 외교 첨병들을 임명해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국 대사,조지프 나이 주일본 미 대사 내정자,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성 김 북핵특사,조지 미첼 중동특사,리처드 홀부르크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특사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대 라이벌이었던 클린턴을 과감히 발탁했다. 클린턴 장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고,외교감각을 익혀온 터라 적임자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을 자신보다 먼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로 파견했다. 클린턴 장관은 가는 곳마다 미국의 새 이미지를 심는 성과를 올려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바마 정부는 또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를 내세워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도 출마키로 했다. 부시 정부가 이스라엘만 비판하는 국제포럼이라며 창설 자체를 거부한 인권이사회였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데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1997~2000년) 주한 미 대사를 역임했다. 한국계로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친 성 김 특사는 크리스토퍼 힐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의 후임이다.

리처드 홀부르크 특사는 동유럽의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데이턴 협정을 주도했으며,주유엔 미 대사도 지냈다. 조지 미첼 특사는 1990년대 중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에 미국 측 특사로 참여해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 2대 축인 일본과 중국을 담당할 대사직도 스마트 외교의 주무대다. 주일본 미 대사에 내정된 조지프 나이 하버드 케네디행정대학원장은 스마트 외교의 뿌리인 '스마트 파워' 개념을 처음 사용한 주인공이다. 그는 1996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산하에 스마트파워위원회를 신설했다. 나이는 "미국은 지금까지 하드파워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힘으로 사용해 왔으나 수년 전부터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스마트 파워는 위협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과 미국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희망과 낙관주의 등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 등 다양한 미국의 힘을 말한다"고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