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10년째 택배 일을 해 온 경기 김포시 A택배 영업소장은 영업을 계속할지 고민이다. 2000년만 해도 경유값이 ℓ당 670원,배송비는 건당 3500~4000원이었지만 지금은 경유값이 1400원으로 오른 반면,택배비는 2300원으로 떨어졌기 때문.그는 "작년에는 손에 쥐는 건당 수수료 1300원에서 기름값 · 밥값 빼도 700~800원가량 남았지만 지금은 500원도 안 남아 하루 5만원 벌기도 힘들다"며 "경쟁이 치열해 배송비 단가는 내려가지만 물량이 끊기면 안돼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례2.경기 광명시 B택배 영업소장은 얼마 전 의류업체 C사의 제안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D택배와 박스당 1400원에 계약을 맺었는데 이보다 싸면 계약하겠다는 것.그는 "절대로 이윤을 남길 수 없는 가격에 거래하고 있어 어이가 없었다"며 "D택배에 전화해 '더 욕심부리지 말고 C업체와 계속 거래하라'고 말하곤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택배업체들이 제살깎기식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몰 · 홈쇼핑 주문이 늘면서 택배시장이 매년 10~20%씩 커지고 있지만 전국에 160여개 업체들이 난립,단가 인하 경쟁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동원택배가 사업을 접었고 신세계 세덱스를 한진택배가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업계 전반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조짐이다.

국내 택배시장은 지난해 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택배,CJ GLS 등 '빅 4'가 60%를 점유하고 나머지는 로젠택배,동부익스프레스,옐로우캡 등 10여개 중형사와 150여개 영세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택배사가 경쟁하다 보니 배송비 단가가 5년 전 건당 3100~3300원에서 2007년 2500원,지금은 2200~2300원까지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대형업체 기준일 뿐이고 중소 업체들은 1800~2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택배시장은 70~80%를 차지하는 기업택배와 개인택배로 나뉜다. 기업택배의 고객은 온라인몰이 50%,홈쇼핑이 25%를 차지해 온라인몰 택배시장만도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택배업체들이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 판매자를 상대로 과도한 단가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일부 택배사들은 대형 판매자와 거래를 트기 위해 착불 배송료 2500원 중 800~1000원을 리베이트로 준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형 택배업체 중 한곳은 2년째 적자를 내고 있으며 2~3개 중형 업체도 적자를 견디다 못해 매각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 업체는 지난해 초 800억~900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연말에 450억원까지 내려갔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9만여대의 차량을 거느린 용달협회가 택배사업 진출을 선언,가뜩이나 어려운 기존 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택배업계에선 "큰 기업들도 나가 떨어지는 마당에 영세 용달차들이 견디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처럼 택배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도 업체들 간 문제일 뿐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비가 싸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가인하로 인한 택배서비스 품질 저하로 미배송,상품 파손 등의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택배업계는 올해 고유가 · 저단가 · 경쟁심화 등 악재가 겹쳐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와 인프라가 약한 지방을 시작으로 영세업체 중 20~3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