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 아니여. 정동영이가 이 지역에서 뽑아준 사람잉게 키워줘야지", "정동영이가 전북을 위해 한 게 모여. 여기와서 또 뭘 할려 그래.."

4.29 재보선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유권자들의 민심은 '전주의 인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지지와 실망 등 애증이 엉켜 복잡했다.

민주당은 지지하면서도 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지않은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당 공식후보인 김근식 후보에 대해 물으면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덕진구 동백장 사거리에서 만난 신양균(61.한약방 운영)씨는 "정동영이 전주의 인물이니까 키워줘야죠"라며 "탈당을 한 거는 당이 버린 거 아닙니까.

그건 당이 잘못한 거지. 그리고 아무 인지도도 없는 사람을 후보로 덜컥 해놓으니 분위기가 영 좋지 않죠"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51)씨도 "암만 해도 정동영이 되면은 낫지 않것소. 대선에서 이길만한 사람은 정동영 뿐이니까.

김대중 때도 남도하고 북도하고 틀렸잖여. 팔이 안으로 굽지 뒤로 굽지는 않지"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강행 등 귀국 이후 보여준 일련의 정치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 민주당과 정 전 장관 모두 지역민들은 뒷전이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며 투표 자체를 않겠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젊은 층은 선거 자체에 무관심해 보였다.

임삼수(32. 병원 근무)씨는 "지지 후보는 딱히 없다.

하지만 정동영은 찍지 않을 거다.

대선에서 떨어지고 서울에서 국회의원까지 했는데 다시 지역으로 내려온다는 게 기회주의자 같다"고 비판했다.

한 40대 직장인도 "정동영이는 나오면 안돼. 여기와서 또 뭘 하려 그래"라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식당 직원 문모(55)씨는 "투표 안해요.

그놈이 그놈이요.

정동영이가 전북을 위해 한 게 모냐. 새만금은 내팽겨쳐 놓고..근데 민주당도 그려요.

김근식이는 너무 생소하잖여. 그런 사람을 공천한 거는 정세균 대표가 지역민 수준을 너무 고차원으로 봤거나 오만했거나 둘 중 하나지"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명인 김근식 후보는 이날 새벽 3시30분부터 덕진 차고지, 송천동 시장, 체련공원 등을 돌며 이름 알리기에 주력했다.

특히 이날 오전 7시 동백장 사거리에서는 김근식 후보와 정 전 장관, 한나라당 전희재 후보, 진보신당 염경석 후보의 '출근길 유세전'이 벌어졌다.

정 전 장관 측에서는 정 정 장관 자신을 비롯한 50여명의 지지자들이 나와 "전주의 아들 정동영, 새롭게 시작합니다"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20여명의 당직자와 함께 나선 김 후보는 "과거의 틀에 갇혀서는 안된다"며 정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전주 남부시장과 모래네 시장에서 각각 완산갑, 덕진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지원유세에 나선다.

한나라당 전 후보도 10여명의 당직자들과 '힘있는 여당론'과 '경제 살리기론'을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했다.

한나라당은 공성진 최고위원과 임태희 정책위의장,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 조윤선대변인이 이날 전주로 내려와 오전부터 시외버스터미널과 재래시장, 전북대학교 앞 등에서 덕진과 완산갑에 각각 출마한 전 후보와 태 후보 지원유세를 벌였다.

(전주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