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한ㆍEU FTA 추진 등으로 법률시장 개방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생존을 위한 법무법인들의 인수ㆍ합병(M&A)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5일 합병 조인식을 한 법무법인 충정과 한승은 합병하면 국내 변호사가 103명이 돼 국내 7위 규모의 로펌이 된다.

기업 자문을 전문으로 해온 충정과 전관 중심으로 송무에 주력해온 한승의 결합은 법률시장 개방을 앞둔 중형 로펌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이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합병 사례는 최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5월 지평과 지성이 지평ㆍ지성으로 통합해 변호사 120명대의 대형 로펌 반열에 올랐고 같은해 7월에는 대륙과 아주가 대륙ㆍ아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처럼 로펌이 합병을 앞다퉈 추진하는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춰야만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됐을 때 초대형 영ㆍ미 로펌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ㆍ미 FTA가 양국 의회에서 비준되면 5년 이내에 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해 국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한ㆍEU FTA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00대 로펌 중 90% 이상이 영국과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을 정도로 영미계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영국 로펌도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미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상당해 한국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영국은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영국 로펌이 막강한 자본력은 물론 오랜 법률 서비스를 통한 노하우를 발판 삼아 국내 로펌들을 인수하거나 합병해 시장을 잠식할 공산도 크다.

변호사 수로만 따져도 국내 상위 로펌이 200~300명 선인 데 비해 세계 1~2위 수준인 영국의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나 링크레이터스(Linklaters)는 2천명이 훌쩍 넘고 클리포드 챈스의 경우는 한국 전체 법률시장보다 매출액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1998년 법률시장을 개방한 이후 영미계 로펌의 진출로 기존 10위권 이내 로펌 중 2곳만 살아남았고 2005년까지 18년간 조금씩 문을 열며 개방에 대비한 일본도 중대형 로펌 15개 중 절반 이상이 영미계에 흡수됐다.

이 때문에 국내 로펌들은 한미 FTA 타결을 전후해 법률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합병 등으로 몸집 불리기를 추진해왔으며 전문화ㆍ특성화 전략을 통해 시장 개방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영국 로펌이 한국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둘 것이고 어느 정도 잠식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내 로펌도 최근에 규모를 키워왔고 상당 수준의 전문화를 이루고 있어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