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고도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테크노 가드' 주희정(32.안양 KT&G)은 표정이 복잡했다.

주희정은 23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2008-2009 시즌 정규리그 MVP에 뽑히고 나서 기자회견을 갖고 "솔직히 기분이 좋은 것보다 심정은 괴롭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팀이 6강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이 상을 받게 되자 "가슴이 아프다.

제가 받기보다는 상위팀 선수가 받아야 하는데..라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 구단과 이상범 감독님에게 상당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주희정은 올 시즌 MVP를 뽑는 기자단 투표에서 80표 가운데 53표(66.3%)를 받아 난생 처음 정규리그 MVP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소속 팀 KT&G는 창원 LG, 인천 전자랜드와 29승25패로 같은 승패를 기록하고도 세 팀 간 상대 공방률에서 밀려 6강행이 아쉽게 좌절됐다.

주희정은 "유도훈 감독님이 시즌 전에 그만두고 부상 선수들로 팀 사정도 안 좋았다"면서 "그 와중에 마퀸 챈들러를 비롯해 선수들이 잘하긴 했지만 국내 선수 부상이 많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후회도 되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장래 포부와 개인적인 목표, 은퇴 계획도 털어놨다.

주희정은 "1년 더 뛰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데 일단 KT&G에서 최선을 다하고 FA 기회가 온다면 우승 전력을 갖춘 팀으로 가 우승도 하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드에게는 어시스트가 가장 큰 선물인데 어시스트 4천 개를 돌파한 것이 기쁘다"면서 "언제 은퇴할지 모르지만 KBL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우고 싶다.

도움과 스틸, 출장에서 다른 선수가 깨지 못할 정도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은퇴 시점에 대해서는 "20대에는 마흔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면서 "현재로서는 체력이 닿는 데까지 뛰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 전망에 대해 주희정은 "장신인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온다면 올 시즌보다 전력이 향상될 것"이라면서 "은희석도 내년에 복귀한다면 빠른 색깔의 농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희정은 이번 MVP가 갖는 의미로는 "솔직히 MVP를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면서 "플레이오프 MVP와 신인왕은 이미 받았는데 이 상은 못 받았다.

너무 큰 상이고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큰 선수가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프로 데뷔 해인 1997~1998시즌 신인상을 받고 2000~2001시즌 당시 삼성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던 주희정은 올 시즌 정규경기 통산 최초로 4천 어시스트 돌파(4천59개)와 604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