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소프트웨어 오픈마켓 앱 스토어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심의 제도 탓에 한국어 게임이 서비스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앱 스토어 한국어 서비스에서만 게임 카테고리를 아예 제외해 이용자들이 한국어 게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려면 한국어 서비스가 아닌 미국 등 다른 지역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여기에 대다수 국내 게임업체와 개발자들 역시 영어 게임만 제작하는 등 한국인이 게임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정작 한국인들은 영어 게임만 즐겨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최근 한국의 개인 개발자가 만들고 앱 스토어 판매 순위 5위에 올라 화제를 모은 게임 '헤비 마흐(Heavy Mach)'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업계는 국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게임위의 등급 분류 사전 심의를 거쳐야만 하는 현행 심의 제도가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비판했다.

개인 UCC(손수제작물)의 성격이 강한 앱 스토어용 게임이 국내 심의 규정을 일일이 따르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탓에 개발자들이 한국어 게임 제작을 꺼리고 있다는 것.
심의 규정에서는 '게임 배급업 또는 게임 제작업을 하는 자'로 심의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사업자 등록증 없이는 심의를 신청할 수도 없다.

심의 수수료 역시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40만 원에 육박한다.

이에 애플 코리아가 이들 콘텐츠의 심의 신청을 대행하는 방안과 관련해 게임위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 또한 사전 심의 규정 및 심의 수수료 등 문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단말기 시장이 단순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복합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래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앱 스토어에서는 게임이 6천 개 이상 등록되는 등 엔터테인먼트(3천600개), 도서(2천400개) 등을 제치고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도 시장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및 지원과 동시에 업계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반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