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기보다는,최고급 사양의 장비에 대한 정보나 지식 수준은 프로 이상인 데다 고가 제품들이 출시되자마자 바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증상'을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장비병'이라고 부른다. 취미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고 그 판단은 개인의 몫이긴 하나,이렇듯 사진보다 카메라의 성능과 사양을 즐기는 고객이 많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사양은 상향 평준화되어 어떤 장비로 찍어도 실패 확률이 매우 낮다. 바꿔 말해 기본 사양을 갖추면 그 이후는 사진가의 몫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아웃라이어》란 책에서 IQ가 130인 사람과 180인 사람의 노벨상 탈 확률은 크게 다르지 않고,모든 것이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글을 읽었다. 이처럼 한 장의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정하고 무조건 최고 사양의 카메라가 아닌,목적에 적합한 카메라로 작업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지털 암실 작업이라 할 수 있는 후보정(後補正)을 통해 그 결과물은 좀 더 완벽해져 가는 것이다.
지난 20여년을 '스펙'(Specification-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등의 요건을 이르는 신조어)이 다른 후배들과 같이 일하며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어떤 인재가 들어와서 어떻게 성장해야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역시 우수한 인재는 원래부터 갖추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기업이 획일적인 스펙만을 기준으로 뽑는 '장비병'을 고치고,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상을 정해 채용한 후 좋은 기업 문화 속에서 인재를 육성하고,채찍질하며,가꿔 나가지 않으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구직자들도 '스펙'만을 위해 도서관에서 땀 흘릴 것인지,원하는 분야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최적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꿈과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인지 경영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답이 뚜렷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