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해외가정집 300여곳 직접 방문.시장조사

"왜 LG 제품을 사셨나요. 구매 결정은 누가 하셨습니까"

9일 LG전자에 따르면 남용 부회장은 지난달 하순 두바이 주메이라 지역에 사는 아랍인 술리에만(Sulieman)씨 가정을 방문, 자사 LCD TV와 세탁기를 발견하자 직접 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꼼꼼히 답변을 받아적었다.

작년 10월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 '두바이몰(The Dubai Mall)'에도 들러 자사 및 경쟁사 제품의 전시, 판매 상황을 현장에서 체크했다.

두바이에서 뿐 아니라, 남 부회장은 지난달 중.하순에 걸쳐 2주동안 남아공 등 5개 해외시장을 돌며 나라마다 어김없이 각 2~3곳의 가정집과 전자제품 매장을 몸소 찾아 '암행'을 펼쳤다.

남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2007년 취임 이후 해외출장시 ▲ 현지 가정 방문 ▲ 매장 방문 ▲ 현지법인 직원과의 대화 ▲ 법인전략 검토 ▲ 조직개발 계획 검토 등 5가지 업무를 반드시 처리해야할 필수 업무로 규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5필(必) 경영' 원칙이다.

특히 가정.매장 방문의 경우, 형식적 '의전 행사'로 치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문 대상 선정 과정에서 LG전자 본사나 현지 법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꼭 LG전자 제품을 사용 또는 전시하는 가정이나 매장만 들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무작위로 뽑힌 곳에서 남 부회장은 "왜 LG전자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나", "LG전자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 뼈 아픈 질문과 답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취임 이후 남 부회장이 2년동안 방문한 해외 고객 가정만 300곳이 넘는다.

한 해 평균 70여개 나라를 방문하고, 현지에서 반드시 두 세 가정을 들러 약 2시간동안 집주인의 전자제품 기호 뿐 아니라 실내 구조, 현지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면담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역시 비슷한 수의 해외 가정과 매장이 남 부회장의 암행 대상이 될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좋은 상품이 나오려면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통찰)가 필요하다는 경영 철학에 따른 것으로, 경영진의 가정집 방문 일정은 현지 법인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