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때 촛불집회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대법원이 진상 조사에 나선 가운데 현직 판사가 처음으로 신 대법관의 용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판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주 안으로 나올 대법원의 진상 조사 결과를 두고보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번 용퇴 주장을 계기로 법관들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법 김형연 판사(사시 39회)는 8일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신영철 대법관님의 용퇴를 호소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판사는 이 글에서 "신 대법관은 자신의 행위는 재판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하나 위헌제청이 있어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계류 중일 때는 당해 사건의 진행을 사실상 중지한 것이 법원의 실무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장의 언행으로 영향을 받을 판사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해 `판사들이 그 정도 발언에 영향을 받는다면 판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관의 주장도 이해는 한다"면서도 "간섭 행위였는지는 사법행정권자가 아닌 그 행위를 당하는 판사의 입장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또한 "근무평정권 및 배당권을 가진 법원장이 특정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처리 방향을 암시한다면 어느 판사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대법관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자리를 보전하고 계시는 한 사법부는 계속 정치 세력의 공방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눌려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용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김 판사는 "촛불재판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는 비대하고 강력해진 사법행정권력이 자제력을 잃은 채 판사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부하 직원으로 여겨온 풍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가칭 법관독립위원회 또는 재판독립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판사는 "위원회는 어느 특정 세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도록 사법행정과 전혀 관련 없는 법관, 교수, 재야 법조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해야 하고 대법원장 직속 기구로 설치해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