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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세빗 몰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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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
    기업에만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2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전시회인 세빗(CeBIT)도 몰락의 그림자가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1986년에 시작된 세빗전시회는 IT(정보기술)붐을 타고 2001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170여개국, 8000개 업체들이 참가할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후로 규모가 2002년 7200개사,2004년엔 6200개로 줄어들기 시작했고,올해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69개국 4300여개 기업만 참가하는 반쪽 행사로 전락하게 됐다.

    세빗은 왜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국내 전자업계 양대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7년부터 발길을 끊었다는 LG전자는 열악한 환경을 문제삼았다. 수년간 전시회 업무를 맡아온 LG전자 관계자는 "IT전시회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행사장 인프라가 인터넷 사진 전송이 안될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불편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호텔 방값은 터무니없이 비쌌고 볼거리도 없어 관람객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올해 불참한 삼성전자는 세빗이 전자업계의 흐름을 잘못 짚었다고 했다. 전자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제품 간 컨버전스(융 · 복합)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세빗만의 경쟁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쇠락을 자초했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세빗은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와 2월에 시작되는 스페인 MWC(Mobile World Congress),8~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와 차별화되는 무엇이 부족하다.

    CES와 IFA가 한 해 기업들이 먹고 살 TV 등 전략제품을 선보이는 정보의 장이 되어주고,MWC가 연초에 열리는 휴대폰 업계의 최대 행사로 자리잡은 반면 3월에 열리는 세빗은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경쟁력의 함정'이란 말이 있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때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세빗 패망의 원인을 우리 기업들도 다시금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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