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 인테리어 · 도배 등 이사 관련 업계에 봄맞이 이사철 특수가 '실종' 상태다. 경기 침체로 이사 건수가 예년에 비해 감소한 데다 이사하는 고객들도 도배나 인테리어 등에 대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에서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의 이삿짐업체 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감소했다. 이사업체 KG옐로우캡이사 강북점의 황영식 대표는 "올 2월 도봉구에서 이사 50건 정도를 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수치"라며 "지난해 2월에는 5t트럭 기준으로 50만원에서 최고 60만원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40만원 정도 받는데도 손님 찾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소규모 업체들은 비수기와 큰 차이가 없는 30만원대까지 금액을 낮춘 상태"라고 덧붙였다. 노원구의 한 이삿짐업체 관계자는 "전에는 노원구만 했는데 수요가 많이 없어 요즘은 서울 전체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남권은 신규 재건축 아파트가 몰린 송파구를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 내내 전셋값이 떨어져 올초부터는 저렴해진 임대료를 노린 전입 이사 수요가 작년 말 대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전출 수요는 급감해 이사 관련 업체들이 지난해만큼의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올 1월 송파구에 전입한 가구는 50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999)에 비해 14가구 늘었으나 전출 가구는 3209가구로 지난해(3782가구)에 비해 573가구나 감소했다. 대한트랜스의 최천규 직원은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권 이사 고객이 작년 이사철 대비 10% 넘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강남권으로 이사오는 전입자들도 인테리어나 도배 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인테리어업체 화이트하우스의 권오봉 이사는 "송파구 잠실동을 비롯한 신규 재건축 아파트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돈을 풀지 않아 지난해 이사철에 비해 인테리어 공사 건수가 절반 수준도 안 되고 작업 내용도 단순 도배나 장판 설치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도배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작년 말에 비해서는 도배 고객이 40%가량 늘었지만 이는 작년 말 이사 건수가 워낙 없었기 때문"이라며 "도배 고객이 작년 이사철의 70~8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임도원/이기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