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원 · 달러 환율 급등 여파로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1배 밑으로 떨어졌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전체 상장기업들의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2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 1018.81을 기준으로 한 국내 증시의 PBR는 0.97배를 기록했다. PBR는 주가를 해당 기업의 주당 순자산으로 나눠 산출하는 것으로, 1배 이하로 내려앉은 것은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938.75(10월24일)까지 밀려나면서 0.89배까지 하락했던 PBR는 이후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면서 주가 상승에 따라 꾸준하게 회복,지난 1월 말에는 1.11배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외환시장 불안이 재연되며 증시가 조정을 받자 PBR는 1.02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날 장중에는 환율이 160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코스피지수가 한때 1010.87까지 하락, PBR가 0.96배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청산가치를 간신히 회복했던 주가가 다시 급락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10월과 달리 올 들어서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둔화되는 등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어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동유럽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 등 악재가 부각되면서 2일 유럽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는 개장 직후 전주 말 종가 대비 4.12% 하락한 3672.32,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지수는 2.96% 떨어진 3729.99에 거래됐다.

미국 증시도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12년 만에 7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개장 직후 지난 주말 종가보다 1.96% 떨어진 6924.42에 거래됐다. 나스닥지수도 1.35% 하락했다. AIG가 작년 4분기에 61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주말 미국 경제가 '난장판(in shambles)'이 될 것으로 우려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