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사정이 어렵고 사회가 어수선하면서 한국인 특유의 '담'이나 '화병'에 걸린 사람이 많다. 담의 서양식 병명은 근막통 증후군.국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미주의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비율이다. 예로부터 과중한 육체노동에 시달려 왔고 감성적이고 급한 성격으로 살아온 게 하나의 원인으로 짐작된다. 급격한 사회 변화,빨리빨리 문화,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등은 근육을 긴장시킨다. 특히 같은 자세로 하루종일 목과 어깨의 근육을 긴장시키는 '컴퓨터 문명병'이야말로 담의 중요한 원인이다. 장기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김혜원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부터 근막통 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근육은 체중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잠잘 때 외에는 1초도 쉴 새 없이 자세 유지와 다양한 움직임을 주관한다. 그래서 근육엔 쉽게 피로가 쌓인다. 근육통의 원인은 크게 5가지 정도다.

첫째는 근육이 갑자기 무리해 삐는 것으로 근섬유 다발이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되는 급성 염좌다.

둘째는 안하던 운동을 하거나 무리하게 했을 때 나타나는 근피로다. 대사 산물인 젖산이 축적돼 나타나는 허혈성 통증으로 운동 후 1시간 정도까지만 지속된다.

셋째는 운동한 다음 날 '알이 배긴다'고 말하는 지연성 근육통이다. 근섬유의 미세 손상이 누적돼 조직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면서 통증이 온다.

넷째는 좋지 않은 자세로 근육을 갑자기 무리했을 때 생기는 근경련이다. 근육이 놀라서 자기보호 기능을 작동하면 '긴장 수축한 상태로' 굳어버리는데 장딴지에 쥐가 나거나 아침에 일어나 목이 뻣뻣해진 경우다. 다섯 번째는 이런 원인들과 달리 근육을 움직이지 않아서 생긴다. 본래 근육이란 수축과 이완이 교대로 일어나야 하는데 수축만 계속하면 근육이 띠처럼 단단해지고 그 속에 덩어리가 뭉친다. 이를 유발통점이라 하며 이로 인한 근육통을 근막통 증후군이라고 한다.



어깨가 결릴 때 뭉치는 가장 대표적인 근육은 목덜미에 넓게 걸쳐져 있는 승모근으로 컴퓨터를 장기간 사용하면 뭉치기 쉽다. 뒷목이 당길 때에는 판상근이 뭉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고혈압으로 오해하기 쉽다. 목이 앞으로 숙여지며 일자로 뻣뻣하게 굳는 거북목의 원인이 되는 근육은 흉쇄유돌근이나 장경근이다.

간혹 달리기를 하다 옆구리가 결리고 숨쉬기 어려운 통증이 오는 것은 전거근이 뭉쳤기 때문이다. 흉통이 심해 심장병을 의심하는 환자의 20%는 가슴의 대흉근이 주된 원인이며 몸을 앞으로 움츠리는 나쁜 자세를 취할 때 잘 생긴다. 급 · 만성으로 허리가 뻐근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왔을 때에는 허리능형근이 무리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기침을 할 때 옆구리가 결린 것은 늑간근이,팔꿈치가 아픈 '컴퓨터 마우스병'은 팔꿈치 바깥쪽에 있는 수장요신전단근이 무리한 경우다. 목 뒤쪽 근육통은 경추관절에서 온 통증이,견갑골 근처의 근육통은 목디스크가,허벅지나 장딴지의 근육통은 요추의 추간판이나 관절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근육통의 30% 정도는 내부 장기에 원인이 있다. 흉복부에 나타나는 상당수 근육통은 내부 장기의 이상에 의한 것이다. 팔 안쪽에 생기는 통증은 심장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여러 번 촉진할 때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통증이라면 단순히 근육이 아니라 다른 곳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근육통점을 촉진했을 때 근처의 다른 부위에 방사통이 생긴다면 대개 근육에 의해 발생한 통증이다. 근막통 증후군이 부분적인 통증을 보인다면 섬유근통은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되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게 다르다.

근육 뭉침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칭이다. 어깨 결림엔 승모근을 스트레칭한다. 고개를 반대편 전방 45도로 구부리면서 승모근을 스트레칭한다. 거북목을 예방하려면 턱을 목 뒤쪽으로 밀어주는 맥켄지 운동을 한다. 턱을 위로 들어주는 운동은 목 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컴퓨터 마우스병은 손목을 손바닥 쪽으로 굴곡시키는 팔꿈치근육 스트레칭이 좋다. 서양의 스트레칭,동양의 요가,스포츠의학의 근력강화 운동 등을 합한 필라테스는 할리우드 스타에겐 날씬한 몸매를,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겐 파워 넘치는 경기력을,일반인에겐 상쾌한 심신을,요통환자들에겐 튼튼한 허리를,노인들에게는 활력 넘치는 근력을 가져다 준다고 알려져 인기다. 정신과 근육을 함께 다스려야 근육 뭉침이 해소된다. 정신 이완,스트레칭,근력 강화 등 세 가지가 근육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장익경 한국경제TV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