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에게 쫓겨날 염려없이 최장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699가구가 9일부터 동시 공급된다. 현 서울시장의 이름을 따서 '오세훈 아파트'로도 불리는 시프트는 거주요건만 갖추면 2년 단위로 최대 10번까지 임대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정해져 저렴한 데다 전셋값이 법적기준에 따라 조정돼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도 없다. 분양전환이 안되는 아파트여서 오래 살면서 소유권을 갖지 못하는 데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3월에는 강남권 요지에 들어선 반포자이 419가구를 비롯 강동구 강일지구 물량이 많아 눈길을 끈다.


◆반포자이가 최고 관심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단지는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다. 반포자이는 3410가구의 대단지로 419가구가 시프트로 배정됐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84㎡형이 319가구,115㎡형이 100가구이며 전셋값은 각각 2억2400만원과 3억원이다. 반포자이 인근 전셋값은 한 때 '역전세난(전세값 급락에 따라 집주인들이 예전 가격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만큼 하락했지만 최근에 다시 오르고 있다. 반포자이의 경우 84㎡형은 3억원대 초반,115㎡형은 4억원 초반대에서 전세 시세가 형성돼 있어 가격 메리트가 큰 편이다.

반포자이 시프트는 조합원 아파트나 일반분양분과 비교할 때 차이가 전혀 없다. SH공사 관계자는 "사업계획 당시 임대아파트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터라 위치를 따로 하거나 인테리어 수준을 달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조합과 시공업체인 GS건설이 임대아파트 건립부담금 852억원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5월에 입주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월에 선보이는 시프트 가운데는 서초구 단지가 2개 더 있다. 서초동 세종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두산위브 트레지움은 105㎡형 6가구가 2억3932만원에 나온다. 삼호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스위트에서는 80㎡형 16가구가 1억7000만원에 선보인다.

동부건설이 강서구 공항동 공항연립을 재건축해 지은 동부센트레빌 4차는 75㎡형이 전셋값 9333만원에 21가구가 나온다.

강동구 강일지구 강일리버파크 시프트는 SH공사가 직접 내놓는 아파트다. 5단지와 7단지에서는 82㎡형 112가구가 임대보증금 9371만원에 공급된다. 전셋값이 1억9712만원인 142㎡형 123가구는 지난번 청약에서 미달돼 다시 입주자를 모은다.


◆특별공급 · 우선공급 많아

시프트는 청약자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공통적으로 서울시에 거주해야 하고 단독 세대주는 청약을 할 수 없다. 강일지구의 경우 5 · 7단지는 소득과 자산보유 기준이 있다. 4인가족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282만원 이하여야 하고 개별공시지가 기준 5000만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거나 22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 신청할 수 없다.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 강일지구 142㎡형은 만 20세만 넘으면 된다. 반포자이처럼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로부터 매입해서 내놓는 시프트는 세대원 전체가 무주택이어야 한다.

입주자 선정방식도 다양하다. 강일지구 5 · 7단지는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높을수록 유리하고 재건축 매입 시프트는 서울시 거주기간,무주택기간,세대주나이,부양가족 수,자녀 수 등을 별도로 따져 점수를 매긴다.

우선 · 특별공급 물량도 알아두면 유리하다. 반포자이의 경우 50%(208가구)가 넘는다. 노부모 부양자(41가구),3자녀 이상(41가구),저소득자(31가구)가 우선 공급 대상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95가구에 이른다.

강일지구는 55가구가 우선 또는 특별 공급으로 선보인다.

우선공급 대상자를 대상으로 9일 청약을 받으며 일반청약은 10일부터 사흘간이다. 2순위와 3순위는 16일과 17일로 잡혔다. 인터넷 청약과 방문접수(지하철 3호선 대청역 8번출구 인근 SH공사 1층 로비)가 동시에 이뤄진다. 당첨자는 다음 달 13일에 발표하고 계약일은 5월11일부터 5일간으로 잡혔다.


◆이후에 공급되는 시프트

3월 이후 시프트 공급은 14개 단지에서 예정됐다. 은평뉴타운에서는 5월부터 8월에 걸쳐 765가구가 나온다. 5월에는 반포자이와 쌍벽을 이루는 래미안반포 퍼스티지에서 266가구가 입주자를 모집하고 노원구 상계장암(374가구)도 물량이 많아 주목을 끈다. 8월에는 중랑구 신내2지구(866가구)와 송파구 장지1단지(46)도 선보인다. 11월에 공고를 내는 강남구 역삼동 진달래3차아파트,서초구 방배동 방배서리풀,강동구 고덕동 주공1단지 등은 아직 공급 가구 수가 정해지지 않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