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기증하고 20일 땅속에 영면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온 세상에 퍼뜨린 `사랑 바이러스'가 장기기증 참여를 30배로 늘려놓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에 하루에 등록되는 온라인 기증자는 평소 25명 정도였지만 김 추기경 선종 사흘째인 19일에는 30배인 740명으로 늘어났다.

추모행렬도 사상 유례없이 엄청났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장례위원회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16일 저녁부터 일반인 조문이 통제된 19일 자정까지 약 40만명이 조문을 한 것으로 추산했다.

매일 새벽부터 명동성당 대성전부터 늘어선 조문 행렬은 성당 들머리와 명동 초입, 삼일로, 퇴계로를 지나 명동역까지 2㎞가량 이어졌고, 시민들이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였다.

각계 인사들의 조문도 끝없이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조문에 동참한 전.현직 대통령은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총 4명이었고 노무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검은색 근조(謹弔) 리본은 20만개였고, 성당에서 안내, 청소, 주차관리를 도운 자원봉사자도 하루에 800명 정도가 동원됐다.

이날 오전 교황 특사인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해 치러진 장례미사 때 성당 대성전 안팎에 모여든 신자는 약 1만명이었고,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한 미사 시청률 합계는 19.2%로 나타났다.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내 성직자 묘역에서 치러진 하관 예절에는 정진석 추기경, 윤공희 대주교 등 성직자와 유족, 사제단, 일반 신자 등 모두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선종 이후 김 추기경의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추모 글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900여개에 달했다.

이처럼 모든 국민이 추기경의 선종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했지만 빈소에 들어온 조의금 액수나 화환 개수는 고인의 뜻에 따라 받지 않으면서 정확히 `0'이었다.

87세를 일기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세상과 작별한 김 추기경은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한국인 첫 추기경으로 서임됐고 당시 전세계 추기경 136명 가운데 최연소였다.

김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을 맡은 30여년간 서울대교구는 눈부시게 교세를 확장해 48개 본당 신자 14만여명에서 197개 본당 신자 121만여명으로 8배나 불어났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