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완전히 공쳤네요. 정부에서 노후 차량 교체 때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온 뒤론 거의 매일 이 모양이에요. "

서울 용산의 A자동차 판매대리점 직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손님이 없는데 요즘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개별소비세 감면 얘기가 나온 지난해 12월에도 열흘 정도 고객 발길이 뚝 끊겼는데,요즘도 그때와 비슷하다"고 푸념했다. "도와주려는 정부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이렇게 정책 시행 시점이 불명확한 가운데 소문만 확산되면 정작 판매 현장에선 골병이 든다는 걸 꼭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 정부가 소비 수요 진작을 위해 자동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인하할 때도 자동차 업계는 골머리를 앓았다. 소비자들 사이에 12월 초부터 세금을 인하한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 나갔지만 정부는 부처 협의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다 2주일이 지나서야 시행했다. 그 사이 실수요자들조차 신차 구매를 미루는 바람에 완성차 업체들과 판매대리점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사실은 판매 통계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8만7000여대로 11월(7만4000여대)에 비해 17% 증가했다. 하지만 개별소비세 인하에 앞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12월11~20일엔 전월 동기 대비 23%나 감소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자국 자동차 업계를 살리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이미 지난해 12월께부터 경쟁적으로 노후 차량을 폐차할 때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들이 앞서 도입한 제도를 뒤늦게 검토하면서 이렇게 시간만 질질 끄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내부 단속이나 잘하든지요. " B자동차회사 판매사원은 무척이나 격앙돼 있었다.

독일은 9년 이상 된 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면 2500유로,현재 환율로 460만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고 있고 프랑스 정부도 10년 이상 된 차량을 폐차할 경우 1000유로(180만원)를 주고 있다. 그는 "제발 경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 달라"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