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정부 보증채권을 재원으로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기업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고,구조조정 기업의 자산매각에 따른 법인세 부담 완화,금융회사 보유 채권 손실의 비용처리 등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내용이 골자(骨子)다. 은행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채권도 5월까지는 인수 · 정리키로 했다. 이를 통해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보증채권 발행을 통해 구조조정 재원을 조성하는 것은 외환위기때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기업부실이 심각해지고 있음에 따라,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만으로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부실 정도가 심한 건설 ·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지만 부진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에 대한 2차 신용위험평가는 3월 말에야 이뤄질 예정이고 이후 관계 부처들이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많은 44개 그룹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도 4월 말로 계획된 상태다. 자산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기까지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게다가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채권단의 자율에 맡겨져 있고,정부는 은행 자본확충 및 제도개선 등 간접적인 지원 말고 그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단기간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때보다 긴박한 과제임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건설과 조선 등 부실이 드러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것이 급선무이고,해운산업의 경우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들 업종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잠재된 부실의 위험성이 높은 산업분야에 대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促進)할 수 있는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산업구조개편 등 산업정책 측면에서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