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춤을 췄다.

'국민 남동생' 이용대는 환상의 콤비 이효정(이상 삼성전기)과 밥주걱으로 셔틀콕을 주고받았다.

제1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열린 17일 낮 중구 소공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

2008 베이징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에서 환희와 감동을 안긴 스포츠 스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실력으로 세계를 호령한 선수와 지도자가 상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날 참석자들을 더욱 놀라고 즐겁게 한 것은 스타들의 금메달급 재치와 끼였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고 올해는 특별상을 차지한 역도 스타 장미란(고양시청).

사회자가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이 태릉에서는 장미란을 비너스라고 부른다고 한 적이 있다'는 일화를 전하자 장미란은 "촌장님 기준인 것 같다"고 받아넘기고서 "나쁘지 않다.

모든 분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히 받아들이겠다"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60㎏급 금메달리스트 최민호(한국마사회)는 시골 소년 같은 순박함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날 우수상을 받은 최민호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많은 관심과 축하를 받았다.

요즘 많이 힘이 난다"고 인사한 뒤 '만약 유도를 하지 않았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으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많은 분이 물어보시더라. 그 때마다 '아마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또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를 한판으로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펼쳤던 '손가락 세리머니'를 다시 보여달라고 하자 "파이셔 닮은 분이 나와서 넘어가 주셔야 기분이 날 것 같다"고 뜸을 들였다.

선뜻 나서는 이가 없자 그는 바로 "이럴 것 같았다.런던 올림픽 때 다시 한번 보여드리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역시 우수상을 받은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과 이효정 차례가 왔다.

파트너로서 서로의 장점을 얘기하고 이용대가 트레이드마크인 '윙크 세리머니'를 선보이고서 단상을 내려가자 사회자가 뒤늦게 '밥주걱으로도 연습했다는데 사실이냐"며 질문을 던졌다.

이효정이 "밥주걱은 아니고 나무토막으로 연습은 한다.집중력 훈련을 위해서다"라고 답하자 사회자가 마침 밥주걱으로 준비했다면서 시범을 요구했다.

다시 단상으로 올라온 이용대, 이효정은 밥주걱으로 몇 차례 랠리를 선보였고, 참석자들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면서 감탄사를 터트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영예인 MVP를 수상한 박태환이 무대에 올랐다.

박태환은 지난달 초부터 6주간 치른 미국 전지훈련 이야기와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베이징올림픽 때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을 때 느낌을 묻자 "이제 한국에 편히 돌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라며 미소 지은 박태환.
이어 사회자가 정말 어려운 부탁이라면서 춤을 보여달라고 하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음악도 준비 안 된 것 같다"고 머뭇거렸다.

하지만 곧바로 인기그룹 원더걸스의 히트곡 '노바디'가 흘러나오자 곡에 맞춰 춤을 추고나서 쑥스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후다닥 단상을 내려갔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