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기관투자가의 '바이 코스닥'에 힘입어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인 데 반해 코스닥지수는 7.18포인트(1.81%) 오른 402.87을 기록,5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10월7일(401.95) 이후 4개월여 만에 400선으로 올라섰다. 이로써 코스닥지수는 올들어 21.3% 상승, 43개 주요국 지수 가운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1.2%)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올랐다. 지난해 10월27일의 저점(261.19)에 비해선 54.2%나 반등했다.

이날 거래대금도 2조1125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 지난해 3월25일(2조5084억원) 이후 거의 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발광다이오드(LED) 풍력 원자력 등 녹색성장주가 새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어 유가증권시장과의 차별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승률 세계 2위

정근해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코스닥 지수는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의 외면을 받으며 지난해 10월 사상 최저치 수준까지 하락했었다"며 "최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수그러들면서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저가 메리트가 있는 코스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투신을 비롯한 기관들은 지난달 232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에도 1902억원을 사들여 올 들어 순매수 금액이 4000억원을 넘고 있다. 기관이 올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1300억원 넘게 순매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정보기술(IT) 버블의 정점이던 2002년 2월에 4555억원,바이오 열풍이 최고였던 2005년 11월에 2555억원의 월간 순매수액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시가총액 수준을 고려하면 최근 기관들의 매수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녹색성장 등 코스닥 기업들과 관련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코스닥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이영곤 한화대투증권 연구원은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 등 연말연초 발표된 정부 경기부양책이 코스닥 기업의 주가흐름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스권 장세에서 틈새 종목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3년 만에 본격적인 종목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상승세 지속 전망 많아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들이 중소형주 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수급이 탄탄해졌고 코스닥 기업들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덜 받아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더구나 정책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는 저탄소 녹생성장주 중 상당수 기업이 캐시카우(현금창출사업)를 확보한 우량기업이라는 점에서 과거 IT버블과 최근의 상승세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코스닥 종목 보유 비중은 지난 12일 현재 3.81%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12월 중순 2.8%대보다 1%포인트 정도 오른 것이지만 지난해 5월의 7%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그만큼 기관의 코스닥 추가 매수 여력이 크다는 얘기다. 12일 현재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56조4594억원이다. 따라서 투신권이 비중을 지난해 5월수준으로만 늘려도 약 1조7000억원어치의 추가 순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2005년 코스닥시장이 상대적 강세를 보인 시기에는 주식형펀드의 코스닥 종목 보유 비중이 10%에 육박했었다"며 "기관들이 최근 중소형주 발굴에 나서면서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를 사는 교체 매매를 활발히 하고 있어 기관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코스닥시장은 과거와 같은 묻지마식 상승이 아니라 기업 실적과 정책 관련 모멘텀이 결합해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지수의 연속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지만 430~450선까지는 무난하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완/문혜정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