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무력도발'에 한 발짝 다가가는 모양새를 취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우리 군은 유도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 인공위성 카드 들고 나온 배경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설이 팽배한 시점에서 갑자기 '인공위성'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인공위성 포장'을 통해 최대한 피해보자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여러 방안 중 인공위성 발사 카드는 북한에 최상의 카드다.

북한의 도발 방법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무력 충돌이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여러모로 북한에 불리하다. 남한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북한의 해상 전력상 무모한 도발은 자칫 북한군의 인명 피해만을 야기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무력 충돌로 대규모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면 북한은 국제적인 군사 · 경제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미사일 발사 카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포동 2호 개량형은 사거리가 미국 본토를 포함하고 있어 미국을 직접 자극할 수 있다. 이는 '터프한 외교'를 주장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북제재를 위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이 소망하는 북 · 미 간 양자협상은 물건너갈 뿐 아니라 6자회담 등에서 북한의 고립 상황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반해 인공위성 발사는 군사적 위협보다는 과학 기술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커 북한이 이를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인공위성 포장'을 시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학기술 강국 등의 구호를 통해 김정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명분을 얻기 위함이다. 안갯속에 가려져 있는 후계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일 3기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위성 카드를 이용한다는 분석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김정일 생일이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 사회에서 '축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군 대응


군당국은 16일 북한이 서해 NLL 일대에서 공중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국산 지대공 유도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군은 북한이 NLL 일대 공중으로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의 공중도발에 대응해 NLL 인근 도서에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마'를 배치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산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마는 20㎞ 이상의 항공기를 탐지 · 추적할 수 있으며 각종 전투기를 10초 내에 요격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 맞춰 20일 예정된 한 · 미 외무장관회담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장관은 줄곧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그에 따른 대가가 있을 것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한 · 미 양국이 북한에 어느 정도의 압박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동회/김태철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