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영화 중 역대 최다 관객(330만명)을 동원했던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 '언인바이티드'가 다음 달 26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최근 미국에서 흥행 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1980년대 슬래셔 무비의 걸작 '블러디 발렌타인'과 '13일의 금요일'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도 3월 중 나란히 선보인다.

세 영화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할리우드의 공포물 리메이크 붐에 편승해 제작됐다. 2005년 일본 호러 '링'을 시작으로 '디아이'(대만) '오멘'(미국) '거울속으로'(한국) 등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공포물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게 장점.여기에 불황에는 검증된 콘텐츠로 승부하는 게 안전하다는 배급사들의 흥행 전략이 더해졌다.

또 공포영화 시즌인 여름철이 아니라 비수기인 3월에 공개되는 것은 스릴러 '추격자'가 지난해 2월 관객몰이를 했던 것처럼 스릴러와 공포물이 성수기에는 블록버스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반면 비수기에 흥행하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인바이티드'는 지금까지 나온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중 흥행 성적이 가장 좋다. 파라마운트사가 지난달 30일 2344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언인바이티드'는 15일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2400만달러를 벌었다.

이 같은 성적은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200만달러의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거울속으로'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버전인 '미러'와 '시월애'를 옮긴 '레이크 하우스'가 기껏 제작비를 건지는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3D 입체영화로 부활한 '블러디 발렌타인3D'는 지난달 중순 미국에서 개봉돼 15일까지 5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15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의 해외 개봉이 본격화되면 흥행수입은 1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광산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한 남자가 깨어나 22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사라진 10년 후 다시 끔찍한 살인이 벌어진다. 살인마의 도끼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듯한 입체 영상으로 관객에게 집중도와 흥미를 배가시킨 게 주효했다.

다음 달 13일 국내 개봉되는 '13일의 금요일'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개봉 당일 1900만달러를 웃돌며 제작비를 회수한 데 이어 15일까지 4220만달러를 기록했다. '13일의 금요일'은 8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공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작.원작에서처럼 살인마 제이슨이 산장에서 칼과 도끼 활 등으로 살인하는 게 줄거리지만 피범벅 수위는 낮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