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드디어 만났다.

지난해 7월7일 윔블던 결승에서 만나 무려 4시간48분의 대혈투 끝에 나달이 3-2(6-4 6-4 6<5>-7 6<8>-7 9-7)로 이긴 이후 7개월 만에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그동안 둘은 몇 차례 같은 대회에 출전했었지만 맞대결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상대 전적에서는 나달이 12승6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호주오픈이 열리고 있는 하드코트에서는 페더러가 3승2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먼저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패한 아픔을 되갚는 것이 급선무다.

윔블던 6년 연속 정상 문턱에서 나달에 발목을 잡힌 페더러는 결국 지난해 랭킹 1위 자리도 뺏기면서 체면을 구겼다.

또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피트 샘프라스(미국)의 그랜드슬램 대회 14회 우승과 동률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는 나달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클레이코트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어낼 태세다.

지금까지 메이저 우승을 5번이나 했지만 네 번이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이었다.

아직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이나 US오픈에서는 정상에 서지 못한 나달로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테니스 황제' 칭호까지 빼앗아 올 기세다.

국내 전문가들의 예상도 팽팽하다.

김성배 KBS 해설위원은 "페더러가 서브 컨트롤이 좋아졌고 지난해 US오픈을 우승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최고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공을 처리하는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라며 "반면 나달은 작년 말 무릎 부상 이후 이번 대회 공을 치는 것이 작년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제패할 때만 못하다.

페더러 우승이 유력하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영대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은 "페더러가 16강에서 세트스코어 0-2로 지다가 역전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그 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전체적인 기량에서도 페더러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호주가 지금 날씨가 굉장히 무덥기 때문에 젊고 체력이 앞서는 나달에 무게를 더 두고 싶다.

나달이 준결승에서 힘을 많이 빼긴 했지만 결승이 장기전으로 간다면 보다 열정적인 나달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홍 삼성증권 명예감독은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페더러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점수를 주고 싶은데 나달은 상대를 굉장히 짜증 나게 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변수"라며 "야구로 치자면 맞혀 잡는 스타일인 나달의 상대를 괴롭히는 수비에 페더러가 얼마나 자기 범실을 줄이며 맞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