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기대감이 투자심리를 회복시킬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20일 취임한 뒤 서둘러 경기부양 및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새 정부 경제팀이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단시일 내 경제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이 횡보 혹은 약세를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오바마 당선인도 최근 정권교체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에도 경기가 당분간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발표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에는 IBM 존슨앤드존슨과 지방은행인 리전스파이낸셜,US방코프가 실적을 공개한다. 다음날인 21일에는 애플과 e베이가,22일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23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실적공개가 예정돼 있는 등 S&P500 편입회사 중 55개사가 실적을 발표한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실적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 증가 등 각종 경제 관련 통계들이 예상보다 암울하게 나온 탓이다. 톰슨파이낸셜 집계에 따르면 S&P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2%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실적 감소폭 전망치는 15.1%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인식이지만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뚝 떨어질 경우 주가가 한 차례 더 조정받을 수 있다. 또 해당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존 버터스 톰슨 애널리스트는 "금융사 중심으로 나타나던 실적 악화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4분기 10개사 중 7개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 관리,소비자 필수품,유틸리티(전기 가스) 등 경기방어주 외에는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나빠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사 자산 부실화의 원인인 주택시장 관련 통계도 발표된다. 21일에는 모기지은행연합회가 모기지 신청 건수(16일 마감 기준)를,전국주택건설업연합회가 1월 주택시장지수를 각각 발표한다. 다음날인 22일에는 12월 주택착공과 건축허가건수 등이 나와 앞으로 주택시장 전망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주택 관련 통계들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올 경우 은행자산의 부실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새 정부는 금융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뉴욕증시는 월요일인 19일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로 휴장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