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터넷포털인 NHN의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서비스 개방과 관련, 미묘한 전략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개방성에 대한 양사의 차이가 향후 업계 판도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편집권은 언론사에게, 선택권은 이용자에게"

네이버는 뉴스 편집과 선택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으로 개방성을 규정할 수 있다.

네이버의 이 같은 전략은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최근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도입한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초기화면 개편과 함께 도입된 뉴스캐스트 서비스에 따라 36개 제휴 언론사가 각각의 뉴스박스를 편집해 네이버에 보내고 이들 화면이 무작위로 화면에 순차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사를 선택하거나 무작위로 노출되는 언론사 편집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즉, 네이버 초기화면의 뉴스박스 편집권을 뉴스 저작권자인 언론사가 갖게 되고 이용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사의 뉴스를 취사선택해 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에 네이버가 초기화면 뉴스박스를 직접 편집해 서비스하고, 이용자들은 이를 그대로 보던 형태에 비해 편집권과 선택권 측면에서 크게 개방됐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네이버는 특히 뉴스 및 콘텐츠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에 대한 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는 다음의 개방성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에서 뉴스캐스트 아래에 오픈캐스트 섹션을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카페와 블로그, 외부 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일반 이용자 생산 콘텐츠를 언론사 뉴스와 분리했다.

애초 네이버는 지난해 초기화면 개편안에 대해 공개할 당시 뉴스박스 내에 뉴스캐스트와 오픈캐스트를 함께 배치하겠다고 했으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에 따라 이 같은 방침을 수정한 것이다.

◇다음 "이용자가 기자이자 독자"

다음은 뉴스 생산을 일반 이용자에게 개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같은 개방성에 따른 다음의 핵심 뉴스 서비스는 아고라와 블로거뉴스다.

아고라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주제의 글을 자유롭게 올리고 댓글과 추천 등 기능을 통해 활발한 토론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음의 미디어적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라는 평을 받았다.

네이버가 이 같은 토론 게시판 운영에 매우 소극적인 부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블로거뉴스 역시 다음이 지향하는 개방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음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모토에 따라 이용자의 블로그 글을 모아 블로거뉴스를 통해 발행하고 이를 초기화면 뉴스박스 내에 언론사 뉴스와 함께 배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 광고를 지원하는 등 이용자와 수익을 배분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다음이 네이버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편집권과 뉴스 선택은 개방하지 않음으로써 의제설정이라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다음 역시 네이버처럼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 여론의 압박에 따라 편집권을 언론사에 이전하는 등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는 아이디어에 그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게임의 비중이 큰 네이버에 비해 검색 광고에 대한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다음의 수익구조상 서비스 경쟁력이 높은 뉴스 서비스에 쉽게 변화를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했다.

◇다음의 반사이익, 지속될까

일단 네이버가 파격적인 개편을 시도한 상황에서 다음은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당분간은 낯설다는 반응과 함께 트래픽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다음은 개방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일반적 이용자 패턴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해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랭키닷컴 등 인터넷시장조사업체 지표에서도 네이버 개편 이후 이용자 이동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뉴스 서비스 순방문자수(UV)와 페이지뷰(PV) 등 지표에서 다음이 네이버를 추월하거나 멀찌감치 앞서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이용자의 서비스 저항성이 단기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차이가 뉴스 서비스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네이버는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뉴스캐스트가 최선의 방안일 수 있다는 것.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법적 규제와 소송 등 분쟁이 포털업계 최대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역시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이전한 근거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기존처럼 네이버가 직접 뉴스를 취사선택해 제공한다면 현상 유지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소탐대실'의 우려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네이버 등 국내 포털들에 의해 '떠먹여주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이용자가 과연 뉴스캐스트에 적응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참여와 개방이라는 웹2.0 트렌드를 표방한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로 드러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다음은 적어도 현상 유지는 가능할 전망이다.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데다 기존처럼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써 네이버에 비해 익숙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음 뉴스 서비스의 질적 저하 우려다.

블로거뉴스의 경우 기존 언론사 기사와는 다른 생활밀착형 뉴스를 전면 배치한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뉴스가 언론사의 전문 콘텐츠를 밀어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미디어로서의 기능과 정치적 편향에 대한 논란을 계속 감수하면서 버틸 수 있겠느냐 점도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가고 이용자가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개방의 시대가 왔다"며 "각사의 전략에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이용자 요구를 반영한 유연한 대응과 변화의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