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연방은행(FRB)이 5일부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서 모기지증권(MBS) 매입에 들어갔다. 또 일본은행은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8일부터 은행 등이 보유 중인 기업어음(CP)을 사들이기로 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시장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신용경색으로 자금시장이 아직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제조업 및 소비자금융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 · 일 양국 모두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발권력을 동원한 양적인 통화정책수단을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발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서둘러 CP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FRB 5000억달러 규모 모기지증권 매입

뉴욕 연방은행이 이날 매입에 착수한 증권은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회사들이 보증한 것으로,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서 현금화가 어려운 것들이다. 유통이 되지 않는 증권을 매입함으로써 모기지 금리를 낮추고 모기지금융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뉴욕 연방은행은 구체적인 매입 규모와 조건은 조만간 공개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FRB가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경매를 실시하거나,1 대 1 거래를 통해 증권을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헤지펀드도 보유 모기지 증권을 팔 수 있다.

FRB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말로 잡혀 있던 매입 완료 시점을 6월 말까지로 앞당겨 5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학자금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AAA인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담보로 2000억달러도 공급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FRB는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및 금융사 지원을 위해 작년 10월 20일 기업어음매입기금(CPFF)을 조성,작년 말까지 시장에서 3340억달러어치의 CP를 사줬다. 이 과정에서 FRB의 대차대조표상 자산 · 부채 규모는 2007년 8월 초 8510억달러에서 작년 말 2조2450억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일본은행도 CP · 위험자산 매입

일본은행은 일단 CP와 회사채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정책금리를 0.1%로 낮추면서 함께 발표했던 CP 매입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은 CP를 매입해줬는데도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은행들이 갖고 있는 주식과 금융파생상품 등 위험자산도 사줄 계획이다.

일본은행이 은행들로부터 CP를 사주는 건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효과를 노린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시중자금 공급방법인 금리인하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이 시장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돈을 푸는 것이라면,CP를 사주는 것은 기업들을 염두에 둔 조치인 셈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자금공급에도 불구하고 기업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자 일본은행이 직접 CP 매입이란 강도 높은 처방전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의 CP 매입 이후에도 시중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약 10조엔(약 140조원)을 투입,은행들의 위험자산을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에게 이 같은 은행 위험자산 매입을 건의했으며,재무성은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