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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데스크] 노조권력과 공기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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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근로복지공단 노동조합이 인사에 거세게 반발한 적이 있다. 공단 측은 3급 차장 362명 가운데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1명을 다른 곳으로 전보 발령냈다. 누가 봐도 정당한 인사였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딴지를 걸고 나섰다. '전보인사는 발령 5일 전에 시행한다'는 단체협상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곧바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산재보험료 납부기간 만료로 1년 중 가장 바쁜 3월30일부터 2박3일 동안 충남 대천으로 달려가 노조총회를 열었다. 총회를 이유로 집단으로 회사업무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방용석 당시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방 이사장은 "노조가 순수성을 잃었다"며 "노조간부들을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하라"고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1970년대 유신치하에서 세 차례나 투옥되는등 노동운동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겐 노조의 요구가 '배부른 노동귀족'의 투정쯤으로 비쳐졌다. 국회의원과 노동부 장관을 지낸 그는 "이사장 자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의 잘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겠다"고 별렀다. 지금껏 '노조권력'에 버틴 경영진을 만난 적 없는 노조는 무척 당황했다. 결국 노조는 방 이사장의 원칙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공기업 노조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없다보니 주인행세를 한다. 경영진은 대개 3년 임기를 채우고 난 뒤 떠난다. 그러다 보니 노조 눈치를 살핀다. 공기업노조가 인사경영권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업에서 노사갈등이 빚어지면 감독관청에선 "노사관계 하나 제대로 못 푸냐"며 질책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경영층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간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기관장들이 노조와 잘 지내 임기만 채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말한 것도 기관장의 적당주의에 대한 경고다. 노조와 짝짜꿍이 돼 '신이 내린 직장' 만들기는 그만두라는 메시지다.

    무능력하거나 약점을 잡히는 기관장들은 노조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뒷거래의 상대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주강수 사장이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는 노조원들 때문에 취임 후 지사 시찰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것은 공기업 노조권력이 어느 정도 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조간부들이 관행대로 '취임 선물'을 달라며 공기업 개혁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고질적 병폐가 이어져 온 것은 노조에만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정치권,정부,노조의 잘못된 '공생 구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업노조는 '무능력자이면서 정치적으로 입지가 센' 기관장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야 업무에 시시콜콜 관여하지 않고 대신 예산을 많이 끌어들여 노조원들에게 '떡고물'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만경영과 모럴해저드에 빠진 공기업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개혁을 위해선 능력 있는 기관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기관장을 '전리품'쯤으로 여겨 능력과 상관없는 인물을 앉히기 일쑤다. 노조권력에 휘둘리기 쉬운 무능한 인물로는 공기업개혁을 이루기 쉽지 않다. 방 전 이사장처럼 원칙과 일관성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기관장만이 노조권력을 이기고 방만경영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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