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 새해에도 재테크와 펀드투자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애널리스트들은 3일,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외 증시 불안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펀드 투자 때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하반기 이후 경제와 증시 안정을 확인하고서 적극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선수비 후공격'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대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낮추되, 회복이 더디다고 성급하게 펀드시장을 등지진 말아야 하며, 연말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것에 대비해 세금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 선수비 후공격 = 코스피지수 1,100선에서 한 해를 마감한 국내 증시는 물론 해외 증시도 올해 상반기까지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를 띨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수익보다는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게 주요 증권사 펀드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는 경기 하강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하반기부터 유동성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본다"며 "상반기까지는 안정성에, 하반기부터 성장성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외 불안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큰 해외펀드보다는 국내주식형펀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국내주식형펀드 중에서도 대형ㆍ가치주에 투자하는 가치형펀드나 배당형펀드를 우선적인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다 하반기 이후 경기와 증시가 바닥권에 도달한 것을 확인한 이후부터 국내 성장형펀드와 해외 선진국, 신흥시장펀드 등으로 관심을 확대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눈높이 낮추되 펀드를 지켜라 = 지난해 입은 손실을 단시간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버리고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자칫 과도한 기대는 성급한 실망을 낳아 올바른 투자 판단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복이 늦다고 손실이 난 채로 펀드 투자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나쁜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위험 관리에 치중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기"라며 "상황이 어렵다고 시장을 완전히 떠나버린다면 다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사람을 제외하곤 이미 손실이 커질 대로 커진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적립식 투자로 투자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규 투자는 늦춰라 = 기존 펀드 투자자는 투자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신규 투자자는 투자 시기를 늦추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는 펀드애널리스트들이 많다.

박현철 애널리스트는 "주가 낙폭이 크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저점 매수 관점에서 신규 투자에 나서기는 아직 이르다"며 "적어도 1분기까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증시가 안정을 찾는 것을 확인하고서 진입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어 신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설령 투자를 시작하더라도 올해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2~3년 뒤를 보고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사 모은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금 문제를 챙기자 =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세금 문제도 잘 챙겨야 한다.

펀드 열풍을 낳았던 해외펀드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이 올해 연말을 기해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말 이후 해외 증시가 반등해 생기는 투자 이익에 세금이 부과되면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조완제 애널리스트는 "내년 말까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주가가 뒤늦게 반등한다면 해외펀드 투자자에 부과되는 세금 부담이 상상 외로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조짐이 감지된다면 해외펀드 비중을 줄이고 세금 부담이 작은 국내주식형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해외에 설정된 역외펀드가 역내펀드보다 세금 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전후 이해관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