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두고 여야간의 공방이 한창이다.

비준안이 통과될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FTA의 범위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넓어진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연초 업무발표를 통해 "한미 FTA는 조속한 시기에 미 의회의 비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을 내년 1분기 중 타결해 2010년부터 발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적극적인 FTA 추진을 약속했다.

당초 지난해까지 타결을 추진했다 미뤄진 EU와의 FTA협상을 오는 3월까지는 마무리한 뒤 2010년 1월부터 발효되도록 추진하는 방안이다.

실질적으로 타결된 인도와의 FTA도 발효를 추진하며 캐나다를 비롯해 걸프협력협의회(GCC)와의 FTA 타결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페루 호주 뉴질랜드 터키 콜롬비아 등과도 FTA협상을 개시하게 된다.

사실 FTA 협상이라는 자체는 양국의 손익을 고려해 합의되는 사항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비중이 많은 나라에게 당초에는 FTA와 관련해 업종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됐다. 그렇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동차를 비롯한 FTA협상에 대한 불만을 종종 표출하면서 절대적인 수혜가 있으리라는 기대는 수그러들고 있다.

◆한미FTA 발효… 자동차·IT 수혜 예상

한미FTA 협상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이익을 얻는 반면, 농업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증권도 이와관련 "FTA는 주식시장에는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종별로 자동차 및 부품, 전자가전, 타이어, 섬유의복 등의 수혜가 전망되며 제약, 음식료, 미디어 산업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부품 업종은 연평균 7억6000만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 폐지로 완성차와 부품 수출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미국 자동차 메이커의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우리나라 부품 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한미FTA가 발효되면 5년 이내에 주요 품목에 대한 95% 이상 관세가 철폐돼 절대적인 교역량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한미FTA를 비롯해 한EU FTA 추진 등은 항공수요에 긍정적"이라고 대한항공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대증권은 중소형주인 미국산 쇠고시 수입관련 종목과 효성 코오롱 등 섬유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바마의 새로운 정부가 '신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재협상에 대한 여지도 남아있다.

재협상이나 수정안 등이 채택될 경우 국내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으로 수혜보다는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혹은 반덤핑 판정을 강화하는 조치 등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FTA, 과연 수혜만 있을까?

올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해다.

이런 시점에서 FTA의 수혜를 수출업종들이 누린다는 것은 보장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또한 미국 외에도 중국 유럽과의 FTA 등에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내놓은 '한중 FTA 주요 업종별 영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중국보다 낮아 관세철폐 효과만 생각했을 경우에는 대중국 수출 증가 효과가 크다"면서 수요확대와 수출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의 추격속도를 고려할 때 수출증가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휴대폰, 평판디스플레이, 메모리 등 전자제품 부문은 기술수준이 2~3년이면 중국과 동등한 수준이 되고 석유화학도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으로 마냥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