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 구직자들은 정부가 내년에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내놓은 공공기관 인턴제가 '신이 내린 직장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으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29일 연합뉴스가 2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인턴제 활용 계획을 취재한 결과 공공기관들은 인턴제를 단기간 활용하는 일회성 아르바이트로만 간주할 뿐 정규직 채용을 위한 전단계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이나 정규직 응시 때 가산점을 줄 계획도 전혀 없다.

물론 졸업 후 일단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해당 기업의 분위기를 익힌다거나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면 인턴 취업도 나쁠리 없다.

하지만 인턴을 마친 뒤에는 다시 치열한 구직 전쟁터로 돌아와야 한다.

◇ 내년 공공 부문 인턴 2만3천명
정부는 내년 대졸 미취업자의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 청년인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에서 6천명, 지자체에서 7천명, 공공기관에서 1만명 등 총 2만3천명을 채용한다.

정부는 당초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부문 청년인턴제에 1만명을 계획했지만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고 판단해 국회와 협의해 제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인턴은 2천600명, 지자체는 4천200명, 공공기관은 7천명 더 늘어나게 됐다.

내년에 채용되는 공공부문 청년인턴 규모는 중앙.지방정부 정원의 2%, 공공기관의 4% 수준이다.

정부와 해당 공공기관은 현재 청년 인턴십 시행을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각 기관이 채용할 수 있는 청년 인턴 규모를 파악 중"이라며 "미세 조정 등을 거쳐 연초에 인원 배정을 마무리하고 채용절차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청년 미취업자 2만5천명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임금 50%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두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1만9천명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10만명의 글로벌 청년리더를 해외에 취업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녹색산업 등 미래수요에 대비해 미래산업 청년리더 10만명도 양성할 계획이다.

◇ '인턴→공기업 정규직' 희망 버려야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인턴제는 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내년에 대규모 청년 실업이 불가피함에 따라 단기적인 비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 대란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내린 인턴제 지침에도 1회에 걸쳐 6~10개월 정도의 단기 채용을 하고 월 급여는 110만원 수준을 주도록 돼 있다.

당장 내년에 졸업하더라도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대졸 구직자 입장에서는 '먹기 좋은 떡'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주로 서류 복사나 청소, 커피 타는 일 등 단순 업무에만 머물렀던 폐해를 고치기 위해 해당 공공기관이 직무 지침을 마련해 허드렛일을 금지하고 다양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정규직 취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 구직자라면 인턴 자리가 곧 공공기관 취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한다.

가스공사, 금융감독원 등 22개 주요 공기업들은 내년에 정부의 지침대로 인턴제를 운영할 계획이지만 입사시 가산점 또는 정규직 전환과 같은 혜택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이번에 도입하는 인턴제가 서류 심사와 면접만 거친 6개월 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시적인 고용에 불과해 정규직 채용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최소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공공기관 정규직은 서류심사와 1,2차 필기, 심층 면접 등을 거치는 등 채용 절차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도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전체 인원의 10%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들 인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따라서 청년 구직자들은 내년에 공기업 인턴이 되더라도 1년 이상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틈나는 대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

◇ 임시처방 한계..'좋은' 일자리는 없어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인턴제도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인턴제가 정규직 채용의 사전 검증 단계로 활용되는 민간기업들과는 달리 공공기관에서는 정규직으로 향한 문이 아예 닫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업률을 낮추고 청년 취업난을 줄이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취업자 숫자가 늘기는 커녕 감소할 것으로 보이면서 고용 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급조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을 10% 이상 줄이는 구조조정의 와중에 다른 한편에서는 1년도 안되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주로 양적 지원, 단기 대책 성격이 강해 일시적인 주사약 같은 대책"이라며 "중장기적이면서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는데 경기가 안 좋은 지금은 정부로서도 정책적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왕에 나온 대책들인 만큼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잡 트레이닝도 나중에 재정 낭비, 부실 교육, 도덕적 해이 등 제도 운용을 둘러싼 갖가지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주무부처별로 기획, 홍보, 취업연계, 사후평가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손 연구원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민간의 고용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며 산업정책도 고용 연관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 영향력이 있었던 노동정책을 골라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심재훈 박용주 기자 prince@yna.co.krpresident21@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