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영업정지를 당한 전북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5.5%였다. 대주주가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해 50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받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보통 5% 미만이면 부실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북저축은행이 얼마나 썩었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전북저축은행을 이용한 수많은 고객들은 이 비율을 알 길이 없었다.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하게끔 돼 있는 경영공시를 전북저축은행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저축은행뿐 아니다. 부실저축은행으로 의심받는 일부 저축은행들은 BIS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지 않거나 과거 자료만 공시하고 있다. 저축은행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가 차단되거나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데에는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크다. 금감원은 100개가 넘는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인력이 30~40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고 항변하지만 경영 공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홈페이지만 접속해 봐도 알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에게 부실저축은행들의 공시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직원 수가 몇 명 되지 않는 영세한 곳은 일손이 모자라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해당 저축은행 관계자나 할 법한 해명을 내놨다.

외환위기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부실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계정은 이미 2조2000억원이 부족한 상태여서 다른 계정에서 차입해 연명하고 있으며 차입금 규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은 부실저축은행이 어디인지는 물론이고 몇 군데인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저축은행에서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축은행 이용자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곳이 부실한지 아닌지 알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금감원이 앞장서 가로막는 것은 금감원이 최종적으로 보호해야 될 대상이 금융사인지 고객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연 8%가 넘는 예금이자로 수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