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불법대출 손실 국민혈세로 땜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부실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이 1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대주주의 사금고로 이용되다가 망한 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슬금슬금 들어간 국민의 혈세가 천문학적인 액수로 불어난 것이다.

28일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환란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부실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인 자금은 순수 공적자금 8조5천억원과 예금보험기금 지원자금 2조9천억원 등 총 11조4천억원에 달한다.

공적자금은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조성됐으며 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과 부실 금융기관 정리에 쓰였다.

106개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예금대지급(7조3천억 원)과 자산매입(6천억원), 출연(4천억원), 부실채권 매입(2천억원) 등에 활용됐다.

예금보험기금은 저축은행에 출연(1조5천781억 원), 보험금지급(9천639억 원), 대출(3천382억 원), 출자(725억원) 등의 방식으로 2조9천527억 원을 투입했다.

예보기금은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일정요율의 보험료를 납입받아 적립했다가 경영부실 등으로 금융기관이 예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예보기금 저축은행 계정은 과다한 자금투입으로 2조2천478억 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태로 다른 계정에 차입해 연명하고 있다.

저축은행 계정이 다른 계정에서 차입한 잔액은 2003년 말 224억 원에서 작년 말 1조7천332억 원, 올해 8월 말 2조3천242억 원으로 급증했다.

공적인 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은 청산되거나 다른 저축은행에 인수됐으며 이에 따라 1997년 말 231개에 달하던 저축은행은 105개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 분당, 전북 등 3개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미달로 영업정지 조치를 당하고 4개 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대상이 되는 등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높아 올해 9월 이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꼽혔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첫 금융기관이 됐다.

자산관리공사는 조만간에 1조7천억 원(채권금액 기준) 규모의 저축은행 부실 PF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부실 저축은행의 상당수가 대주주의 불법대출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데 있다.

이달 26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북저축은행은 대주주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받았고 올해 상반기에 영업정지를 받은 경기 분당저축은행과 전북 현대저축은행에도 각각 320억 원, 370억 원 규모의 대주주 관련 불법 대출이 있었다.

부실 저축은행 처리에는 공적자금이나 예보기금이 동원되고 있어 대주주의 불법대출을 땜질하기 위해 공적인 자금이 투입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등 불법행위로 부실화된 저축은행에는 곧바로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고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주주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저축은행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