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연말 '법안 전쟁' 속에 91명이나 되는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가고 있다.

민주당 전체 의석(83석)보다도 많은 수이지만 비정상적인 국회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탓이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MB(이명박) 개혁입법'의 강행 처리 방침을 강력히 천명하며, 당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어 할 말을 하고 싶어도 입도 `벙긋'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게다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끝내 '백병전'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많은 초선 의원들은 원내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최전선에 나서야 할 처지다.

그래서 상당수의 초선 의원들이 "우리들의 역할은 몸싸움 뿐"이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임기 시작때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해오던 법안을 상임위에서 충분히 심사해 좋은 법안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제 허사가 됐다"면서 "해당법안이 현재 원내 지휘부에 의해 '연내 처리 법안'으로 분류됐는데 꼭 담으려 했던 내용이 일부 빠진 채 서둘러 성안돼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초선들이 관심 있는 법안에 대해 스터디그룹을 꾸리는 등 열심히 공부해왔는데 현 상황이면 우리들 주장을 펼칠 기회조차 없어지는게 아니냐"고 떨떠름해했다.

그런가 하면 쟁잼 법안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채 '거수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한 초선들의 반감도 적지 않았다.

경남에 지역구를 둔 다른 초선은 여당이 중점 추진 중인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이 법이 미디어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야당과 언론계가 왜 극렬하게 반대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방침에 따라 찬성 버튼을 누르게 될 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 21'이 최근 방송법과 집회.시위법 등 민감한 쟁점법안의 처리를 연기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당 지도부로부터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지역 한 초선은 "지역구에서 `절대로 나서서 싸우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짐나 정작 싸움터에서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총알받이'로 내몰릴 경우 국민 보기가 부끄러울 것이라는 심적인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