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殿堂)인가, 폭력의 전장(戰場)인가.

국회가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하고 극단적인 폭력을 동원해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는 후진적 관행을 떨치지 못하고 있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18일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장 안팎에서 벌어진 `난장판'이 극단적인 예.
한나라당이 단독 상정을 위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국회 경위와 각종 집기류를 이용해 출입문을 봉쇄하자, 민주당은 대형 해머와 노루발(빠루), 전기톱을 동원해 문을 부쉈다.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한 것은 물론 소화기 분말과 물 세례까지 동원된 아수라장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4시간여에 걸친 폭력 사태로 파손된 시설 복구에 출입문 400만원, 회의 테이블 330만원, 카펫 150만원 등 총 1천987만원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국회 경위 안모씨가 몸싸움 중 전치 3주의 부상으로 입원했고 각 당 관계자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등 인적 피해도 발생했다.

문제는 외통위 사태가 우연히 촉발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여야 간 정쟁이 심화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습관화된 폭력'이라는 데 있다.

국회 사무처가 21일 밝힌 지난 10년간 국회 폭력사태에 따른 민.형사 사건 현황에 따르면 1998년 12월31일 한나라당은 국회 529호실을 `안기부 분실'로 지목하고 의원과 보좌관 100여명을 동원, 출입문 잠금장치를 망치로 부수고 국회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2005년에는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던 민주노동당이 통일외교통상위 회의장을 점거, 국회 사무총장으로부터 형사 고발을 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BBK 특별검사법' 통과를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당원들이 담을 뛰어넘어 국회에 난입,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치평론가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폭력으로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은 대화와 토론의 절차를 규정한 헌법을 부시하고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소수당이 의사를 전달하면 다수당은 정치력을 발휘, 최대한 들어주되 최종 합의에 실패할 경우 민주적 절차로 처리한다는 원칙이 합의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