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와의 전쟁 확산…델파이 14일간 쉬기로
LG디스플레이·하이닉스는 열흘이상 감산


글로벌 수요 위축이 심화되면서 완성차에 이어 대형 자동차 부품 및 전자업계도 '재고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한국델파이 만도 등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일제히 연말 감산에 나서기로 했으며,LG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감산에 소극적이었던 전자업계에서도 공장 문을 닫아걸고 재고량 털어내기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형 자동차 부품사도 휴업체제로

완성차에 이어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연말과 내년 초 일제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델파이는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대구공장,충북 진천공장 등 전국 5개 공장의 문을 닫기로 했다.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GM 및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 납품비중이 높아서다.

이 회사는 현재의 위기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 납품처인 GM대우가 생산물량 감소에 따라 휴업하고 있는데다 수출 주문까지 감소하고 있어 재고량 조절이 불가피하다"며 "휴업기간 중 직원들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오는 29일부터 3일간 유급 휴무를 실시키로 확정했다. 앞서 22일부터는 야간 작업(잔업)을 아예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만도 경영진은 수요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최악의 경우까지 가정한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완성차의 위기는 곧 부품업체의 위기"라며 "세 가지의 시나리오별 사업계획을 짜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추가 휴업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15일부터 광주공장의 주·야간 근무시간을 종전 8시간에서 5시간으로 각각 3시간씩 단축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재고가 쌓이면 유지비용만 많이 들기 때문에 생산라인 가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직원 교육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재고가 쌓이면 자금 회전력이 떨어지는데다 할인판매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요즘처럼 시장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더욱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업계도 속속 감산

전자업계에선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LCD(액정표시장치)와 반도체 업체들이 속속 감산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물량 공급이 필요한 일부 라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이 기간 중 재고를 털어내고 직원 휴식도 주겠다는 의도다. 이 회사는 공장 문을 닫는 기간동안 사무직 직원들도 연차 등을 활용해 쉴 것을 권장키로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연말에 생산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4분기 평균 가동률을 80%로 맞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올 10월 및 11월 평균 가동률은 90~95% 수준이었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같은 기간동안 집단 휴가를 실시한다. 특히 생산직 인력을 최소화해 이 기간 중 20~30% 정도의 감산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4월 중 전 직원을 대상으로 2주간의 무급 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2주 휴가를 사용하는 달엔 월급을 절반만 지급할 계획이다.

조재길/송형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