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응원이었습니다.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2008-2009 SBS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 국내 팬들의 목말랐던 '피겨 갈증'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해방구가 되고 있다.

12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는 첫 경기였던 주니어 페어 프리스케이팅 순서부터 3천600여석의 관중석을 가득 채운 피겨 팬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특히 주니어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말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인 데니스 텐(15.카자흐스탄)이 연기를 마칠 때는 관중석에서 인형과 꽃이 100ℓ 짜리 대형 봉지 3개 분량이나 쏟아지면서 '선물 폭탄'을 연상하게 했다.

이날 국내 팬들의 응원 열기는 '꽃미남' 선수들이 나선 시니어 남자싱글에서 폭발했다.

국내에 인지도가 높은 조니 위어(미국)와 세계랭킹 1위 브리앙 주베르(프랑스)의 순서에서는 연기 시작부터 함성이 쏟아지면서 자칫 경기력에 지장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더불어 여자싱글 마지막 순서로 나선 김연아가 몸을 풀려고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는 마치 김연아를 위한 아이스쇼라도 펼쳐진 듯 우레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고,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실수했을 때는 커다란 탄식 소리가 경기장을 덮었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선수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이미 한국 팬들의 응원 문화를 경험했던 조니 위어는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의연하게 팬들의 함성을 즐겼지만, 국내 무대에 처음 나선 주베르는 관중의 호응에 당황한 눈치였다.

주베르는 경기를 마치고 나서 "믿을 수 없는 함성과 응원에 놀랐다"라며 "한국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게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쿼드러플 토루프(공중 4회전)를 뛰면서부터 함성이 쏟아져 다소 놀랬다"며 "한국 팬들을 위해서 프리스케이팅에서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연아 역시 "국내 팬들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수를 해서 아쉽다.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났다"며 "팬들의 응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