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기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4.00%에서 3.00%로 1%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에서 당초 예상하고 있던 0.5~0.75%P수준을 웃도는 파격 인하를 단행한 것.

코스피는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인하폭에 반짝 강세로 화답하기는 했지만 일정부분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데다 네마녀의 날 부담으로 우상향 흐름을 지키지 못하고 보합권으로 다시 후퇴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전망 발표를 연기한 가운데 이같은 최저수준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 추가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인하로 이어져야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연간 전망을 내놓지 않고 파격적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내년 경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며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놓은 가운데 금리인하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최저수준까지 하락한 가운데 내년 2% 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할 수도 있다"며 "금리를 더 낮출 필요가 없을 때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1~2분기 중 주가도 조정국면을 마무리하고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초지를 한 것 같다"며 "경기가 악화될 것을 막는 게 현재 최우선 사안이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잘 한 일이며 미국 금리를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금리인하가 시중금리 하락효과로 이어지며 신용경색 완화를 유도하는가의 여부"라며 "여전히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는 회새차와 CP금리 등이 하락하며 신용스프레드 축소로 귀결되는지 여부가 추가상승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인하폭으로 건설과 은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금리 하락으로 연결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며 "금리인하가 긍정적 재료가 될 수 있지만 추가 랠리는 결국 미국 시장 등 글로벌 증시 반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인하 이벤트가 무사히(?) 지나면서 이날 시장의 관심은 이제 네마녀의 심술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이날 만기 프로그램 매수차익 청산 물량은 4000억~5000억원 정도.

일단 선물옵션동시만기일(쿼드러플위칭데이)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출회되고 있음에도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는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차익과 함께 비차익 매수도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연말 배당을 겨냥한다면 매수 우위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미 정부의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진입했다는 것과 금리인하 등이 만기일을 둘러싼 주식시장 수급상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만기일 충격을 흡수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책 이벤트들이 하나씩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코스피 반등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중일 통화스와프 확대로 환율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으며 오는 16일 미 FOMC회의를 앞두고 정책 기대감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마녀의 심술과 단기 급등 부담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