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히딩크 감독의 여운을 걷어내고 새롭게 한국축구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야 할 때입니다"

허정무(53)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허 감독은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치르고 2000년 11월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7년여 만인 지난해 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허 감독은 먼저 "시련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한 해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축구 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겼고 그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히딩크 감독의 여운을 걷어내고 한국 축구의 꿈과 희망을 새로 키워나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2001년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나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은 줄곧 외국인 지도자의 몫이었다.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에 이어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 등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허 감독은 "최근 끝난 수원 삼성-FC서울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많은 관중이 모인 가운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걸 보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때이고 우리 축구도 희망을 품을 때라는 생각을 해 봤다.

K-리그 축구 대상 시상식에서도 베스트11에 선정된 선수 중 2002년 월드컵 멤버는 골키퍼 이운재(수원) 뿐이었다.

대신 19세 선수가 뽑히기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긍정적이다.

대표팀도 여러 시련이 있었지만 많이 젊어졌고 어린 선수들이 활약해 줘 앞으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누구도 못 이뤄낸 업적을 남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2002년 일이다.

업적은 업적대로 남겨두고 새로운 꿈을 이루고자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훌륭한 감독들이 많은데 나로 말미암아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가 잘 못 될까 부담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개인적으로 지난 1년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구에는 웃으면서 "몇 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특히 세대교체 원만하게 이뤄졌다.

이동국(성남), 이천수(수원)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많이 고생했고, 앞으로 더 뛸 수 있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때는 대표팀에도 부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허 감독은 지난 1년을 아기가 태어나 크는 과정에 비유해 "이제 막 응석을 부리기 시작한다고 해야 할까.

아장아장 걸으며 더듬더듬 말을 하고 귀여움받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표팀 감독으로서 7년 전 자신과 비교해 달라고 하자 "선수들의 사고방식과 능력, 경기력을 많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경험 측면에서도 경기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들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