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오바마-블라고예비치 연관성 파고들어
공화당도 공세고삐..오바마 캠프의 대응.실언으로 허점 노출

취임을 한 달여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출신지인 일리노이주의 라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비리 파문으로 리더십에 첫 시험대에 올랐다.

오바마 진영은 사건과의 무관함을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자칫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오바마와 시카고사단의 청렴성과 개혁 의지가 타격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 소속인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오바마의 상원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의원직의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악용, 거액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상원의원직을 팔려하는 등 각종 비리 혐의로 9일 체포된 후 기소됐다.

미 언론은 블라고예비치 스캔들에 대한 오바마측의 초기 대응방식을 두고 오바마의 리더십에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공화당측은 오바마와 블라고예비치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공세의 고삐를 죄는 형국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앨 고어 전 부통령과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체포 소식에 관해 입장을 밝히면서 "일리노이 주민들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라면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나 그의 사무실과 접촉한 적이 없으며 (후임 상원의원 임명과 관련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해 아는게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이에 관해 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런 해명은 그의 최측근으로 백악관의 선임고문으로 내정된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지난달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액설로드는 공석인 상원의원 임명과 관련해 "그(오바마 당선인)가 주지사와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이 많은 이름이 그(오바마 당선인)가 이들중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 부문만으로 보면 오바마가 블라고예비치와 접촉한 적이 없다는 해명은 모순되는 것이다.

오바마의 정권인수팀 관계자는 그러나 액설로드가 당시 인터뷰에서 잘못 말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폭스뉴스와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와 악수를 하는 사진을 포함해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한 장면을 계속해서 방영하면서 두사람 사이의 관련성을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또 AP통신은 오바마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사람으로 백악관의 요직에 내정된 마이클 스트라우트매니스가 블라고예비치의 참모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여기에 공화당도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공화당의 에릭 캔터(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이번 비리의 본질은 블라고예비치와 오바마 당선인, 차기 대통령을 위해 일할 고위직 인사들의 상호관계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로버트 던컨 의장은 "미국민은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지만 오바마 당선인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충분치 못하다"면서 오바마의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해설기사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표방하면서 워싱턴의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약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이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단순히 "블라고예비치와 접촉한 적이 없고, 내용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드러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엄정한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가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척결의지와 청렴한 정치풍토를 구축할 수 있는 리더십이지만, 이번 스캔들의 초기 대응에서 이런 리더십을 보여주는데 미흡함을 드러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