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식 <한국백화점협회 상근부회장>

서울시는 최근 도심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입법 예고안을 보면 교통혼잡 특별관리시설물 소유주가 진입 교통량의 20% 이상을 감축할 수 있는 교통량 감축계획서를 수립ㆍ운영해야 하고,교통량 감축프로그램의 성실한 이행에도 불구하고 진입 교통량이 20% 이상 감축되지 않으면 요일제 또는 2부제 등의 단계별 주차부제 운영을 명령한다는 것이다.

이 입법 예고안이 질타를 받는 이유는 시설물 진입 교통량이 20% 감축된다고 하더라도 교통 혼잡이 완화된다는 실증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반면 규제를 통해 해당 시설물 소유주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시설물들엔 이미 교통유발 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는데,여기에 교통량 20% 감축은 사실상의 이중 규제로 헌법에 보장된 과잉규제 금지원칙에도 위반되는 측면이 있다.

서울시 주차장 조례안의 문제점을 몇 가지로 요약하고자 한다. 먼저 백화점 상업시설은 시설물이 영업하기 전 서울시의 교통영향 평가 등 교통문제 관련 각종 심사를 통과해 승인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주차장요금 인상이나 주차장 축소 등의 감축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둘째 백화점은 고용 집중창출 사업으로'서울시의 주차장 조례안'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도심의 상징인 백화점의 사회적ㆍ문화적 역할을 부정하는 처사이다. 셋째 서울시의 이런 교통 규제는 외국 유명 도시의 교통 정책과 매우 다르다. 일본에선 도심공동화 방지법을 제정하여 도심에 아파트를 짓거나 롯폰기,미드타운,오모테산도 힐스 등 대형 쇼핑시설물을 출점하는 등 외곽으로 나가는 시민들을 오히려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과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시민의 불편을 담보로 하는 교통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 소비자는 소비자 기본법에 따라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가 있고,사업자는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서울시는 교통 문제를 시설물 소유주에 대한 압박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