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애널 "성장 10% 미만으로 둔화"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국내 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해외펀드로 넘어갔던 주도권이 국내펀드로 복귀하고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 등의 대안 상품들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통합법 도입과 맞물려 투자 범위가 넓어지고 분산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내년 펀드시장 10% 미만 성장 =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전체 펀드 수탁고(설정액)가 11월 말 현재 347조원에서 내년 말 380조~39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까지의 수탁고 증가를 고려하면 내년 1년간 성장률은 10%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올해 들어 급격한 펀드 수익률 악화에도 17% 성장한 것을 비롯해 최근 3년간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해온 데 비하면 크게 둔화하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내년 말 전체 펀드 수탁고를 388조원으로 전망했으며, 굿모닝신한증권은 386조원, 한국투자증권 382조원, 메리츠증권은 380조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들 증권사의 펀드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펀드 자금이 최근처럼 정체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하반기부터는 증시 회복과 함께 자금 유입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도 전체 펀드 수탁고가 내년 상반기까지 큰 변동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하다 하반기부터 늘어나겠지만 400조원에 미치진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내년에는 경기둔화와 함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펀드 자금 유입이 둔화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증시의 가격 조정이 이미 많이 진행된 데다 저평가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여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유입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국내펀드로 중심 이동…분산투자 확산 = 내년에는 해외주식형펀드로 기울었던 펀드시장의 중심이 국내주식형펀드로 다시 이동하고, 파생상품펀드나 헤지펀드 등이 대안투자 상품으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올해 입은 손실이 국내주식형펀드에 비해 심한 데다, 내년 말부터는 비과세 혜택마저 사라져, 한때 펀드 광풍을 불러왔던 관심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내주식형펀드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주식형펀드는 수익률 단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최근 5개월째 지속한 투자 비중 감소가 내년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금융공학펀드, 주가연계펀드(ELF) 등의 파생상품펀드와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헤지펀드 등으로 관심을 돌릴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내년 2월 도입되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한 펀드시장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펀드에 편입할 수 상품에 대한 제한이 사실상 사라져 다양한 유형의 펀드들이 출시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의 원칙이 도입됨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펀드를 고르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분산 투자가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 내년 펀드 투자전략은 = 내년 펀드 전략에 대해선 전문가 별로 다소 시각차가 있지만, 해외펀드에 비해 국내펀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되 분산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리서치파트장은 "내년 유망펀드로는 국가 채무부담이나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 잠재 성장률을 감안할 때 중국펀드가 눈에 띄지만, 철저한 분산투자가 우선이다"며 "국내주식형펀드는 하반기 증시 회복을 기대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장주펀드보다는 배당주펀드나 가치주펀드 중심의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열 팀장은 "내년 글로벌 경기의 개선 조짐이 나타나면 국가별 여건에 따라 증시가 차별화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동성, 기업실적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펀드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내년 경기방어주에 투자하는 국내 가치주펀드와 브릭스 펀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국내 배당주펀드, 헬스케어펀드, 중국펀드 등을 위주로 접근하고 하반기는 국내 성장주펀드와 기타 신흥시장펀드로 관심을 확대하라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