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1일 오전 대검찰청 청사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노씨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자신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와 함께 대검 후문으로 들어와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노씨는 수사에 협조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변호인인 정 변호사와 나란히 앉아 자신의 입장에 대해 분명하고 확고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전 대통령의 형이라는 신분을 감안,특별대우를 받았다. 먼저 조사실인 1120호로 들어가기에 앞서 박용석 중앙수사부장을 만나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눴다. 노씨의 요청에 따라 점심으로는 김치찌개를,저녁은 해물순두부를 배달시켜 먹었다. 노씨가 조사받은 곳은 지난 4월 준공된 대형 특별조사실로 노씨가 첫 손님이다. 면적은 36㎡로 대검 내 10여개 조사실 가운데 가장 넓다.

◆건평씨가 챙긴 '몫'은?

대검 중수부는 노씨를 상대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노씨가 최소한 수억원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씨는 2005년 5월 정화삼 전 제피로스골프장 대표(구속)와 동생 광용씨(구속) 등의 청탁을 받고 그해 6월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구속)을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구속)에게 소개해줬다.

정씨 형제는 홍 사장에게 건네받은 30억원으로 2006년 5월 경남 김해의 한 상가를 매입해 오락실을 운영했으며 부산에서도 성인오락실을 열었다. 검찰은 노씨가 청탁 대가로 오락실에서 나온 수익 일부를 나눠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 형제로부터 "30억원 가운데 20억원은 노씨 몫"이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정대근씨 사이엔 건평씨가?

노씨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회장을 잇는 또 다른 '연결고리'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세종증권 인수에 앞서 주식을 사고 팔면서 매매차익 178억원을 낸 박 회장과 정 전 회장 사이에 노씨가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농협의 인수 정보와 내부 속사정을 모를 경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은 모두 경남지역이 기반이지만 매각 정보를 교환할 만한 지인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박 회장과 정 전 회장 모두와 친분이 있는 노씨가 박 회장에게 인수 정보를 건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씨를 집중 추궁했다. 한편 정씨의 돈관리를 해온 사위 이영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며칠째 소재 파악이 되지 않자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