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11월 판매 실적이 일제히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의 한파가 자동차업계 전체로 밀려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1월 국내 시장에서 10월보다 31.9% 줄어든 3만5902대를 팔았다고 1일 밝혔다.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기에 비해서도 34.4% 급감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달 대비 22.2% 감소한 2만6145대를 판매했다. 르노삼성은 전달보다 19.2% 감소한 6001대를 팔았고,GM대우(―45.9%)와 쌍용자동차(―42.1%)는 판매감소율이 40%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되고 자동차 할부금융이 위축되면서 자동차 내수시장이 10년 전 외환위기 수준으로까지 붕괴된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체 판매는 비교적 선방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해외에서 전년 동월 대비 8.2% 증가한 19만8309대를 팔아 전체 판매량은 1.6% 줄어드는데 그쳤다. 기아차 역시 10만7362대를 수출해 전체 판매량은 3.0% 감소하는데 머물렀다.

현대차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베르나 아반떼 i10 i30 등 소형차 수출을 늘리고,경기침체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한 데 힘입어 해외공장판매가 올 1월부터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인도 i10,중국 위에둥(중국형 아반떼),체코 i30 등 현지 전략형 모델도 판매가 호조세를 보였다. 경기침체 여파로 소형차는 잘 팔렸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은 지난달 총 7596대가 판매돼 국산차 가운데 1위를 기록했고 르노삼성의 준중형차인 SM3는 지난달 전달 대비 11.7% 증가한 1434대가 팔려 나갔다.

GM대우,쌍용차 등의 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현대·기아차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각각 48%,35%로 전체 국산차 시장의 83%를 차지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