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8000억달러 지원 소식으로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번 대책이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급하게 뺄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18억원을 순매수해 사흘 만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달 31일(322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기관도 2209억원 순매수하며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 코스피지수는 46.46포인트(4.72%) 오른 1029.7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특히 전기전자(960억원 순매수)를 많이 샀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수 상위 창구를 대거 차지했다. UBS가 1위에 오른 것을 비롯 골드만삭스 크레디리요네 등을 통해 15만여주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4.76% 급등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FRB가 발권력을 동원해 직접 시장에 자금을 풀기로 한 만큼 외국인이 한국 등 이머징마켓 증시에서 서둘러 주식을 처분할 요인이 완화됐다"며 "이번 조치로 통화량이 늘어나면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 안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무게가 실리면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매수세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지난 19일 242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이후 매도 강도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며 "향후 환율 하락에 베팅해 매수세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환율이 빠지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며 "이로 인해 1998년 1월 한 달간 주가가 50% 급등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