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리공장 카니발·프라이드 병행생산 합의
현대차 노조는 공장간 물량조정 협의 중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가 생산라인의 탄력적 운영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생산라인 유연화에 적극적인 반면 현대차 노조는 올초 야심차게 추진했던 공장 간 물량조정 협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기아차 노사는 26일 대형 레저용 차량인 카니발을 만드는 경기 광명시 소하리 1공장에서 소형차 프라이드를 병행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일감이 줄어든 카니발 라인에서 수출물량이 늘고 있는 프라이드를 내년 1월부터 추가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대형차와 소형차 간 혼류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는 화성공장에서 생산 중인 오피러스를 카니발 라인으로 옮겨 생산하는 데도 합의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당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기 차종의 물량을 다른 라인에 일부 넘겨주는 데 노조가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불황이 계속되면 노조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이번 물량조정으로 향후 경기 상황에 더욱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소형차,호황일 땐 대형차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는 전환배치 물량조정 등 생산라인 유연화에 손도 못 대고 있다. 울산 1~5공장과 아산공장 전주공장 등 공장별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올초 수 차례에 걸쳐 물량조정 노사공동위원회까지 열었지만,일부 공장 대의원들은 파업까지 벌이며 노사 합의를 막았다. 지난 5월부터는 노조가 임금협상에 들어갔고,임협 완료 후에는 노조 대의원 선거로 인해 물량조정 협의회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아반떼 i30 등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 등에선 과도한 잔업 및 특근이, 싼타페 투싼 등을 만드는 울산2공장 등에선 물량이 없어 특근이 아예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물량 불균형으로 인력 및 비용 낭비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회사 중 판매량에 따라 생산차종 및 물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는 곳은 현대차가 거의 유일하다"며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지면 노조발(發) 위기가 가시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