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지역 상향 기대감에 자치구 참여 꺼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 추진 중인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사업이 자치구의 비협조와 경기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6일 오세훈 시장과 각 자치구의 부구청장이 참석한 창의행정추진회의를 열고 역세권 시프트의 사업 가능지역을 적극 발굴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공문에는 민간 사업시행자가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제안하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고 필요한 행정지원을 적극 이행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관련 지구단위계획 수립 및 운영기준'이 발효됨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 및 건축허가 신청이 가능해졌다"며 "이런 차원에서 각 부구청장이 모두 모인 이번 자리를 통해 통상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역세권 시프트 제도 도입을 발표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접수받은 사업지역은 마포구가 제출한 대흥역 일대 사업계획이 유일하다. 이후 추가 사업지역이 나오지 않자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역세권 시프트의 경우 취지야 좋지만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며 "민선 구청장 시대에 자기 관할구역 내 임대주택을 자진해서 짓겠다는 구청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강남구 수서지구 임대주택 건립을 놓고 강.남북 구청장들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고갔을 정도로 임대주택 문제는 민감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경기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진 데다 서울시가 대규모 부지에 대한 용도지역 상향 등을 전격 허용하면서 역세권 일대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져 시프트 사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서울시가 최근 뚝섬 현대차 부지,서초구 롯데칠성 부지 등 용도지역 상향 방침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역세권 일대 주민들의 기대감만 높였다"며 "게다가 최근 경기침체로 건설사들 역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는데 사업을 추가로 벌일 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지점장은 "서울시가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임대주택 사업에 시큰둥한 자치구부터 먼저 설득해야 한다"며 "시프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역세권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용적률을 높여 2010년 이후 총 1만가구의 장기전세주택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마포구 대흥역(지하철6호선) 일대 역세권 시프트를 첫 공급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