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씨 비평집 '젠더 프리즘' 출간

한국 문학을 페미니즘과 젠더의 관점에서 분석한 비평집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43)는 비평집 ≪젠더 프리즘≫(민음사)에서 몸,환상,가족,섹슈얼리티,동성애,성장 등 젠더와 관련된 12가지 주제를 통해 한국 문학을 조명했다. 김씨는 은희경 소설 <먼지 속의 나비>에서 어머니와 창녀,마리아와 이브라는 이분법적으로 분리된 여성성의 갈등을 읽어낸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하다는 뒷말 때문에 온갖 불이익과 부조리를 감수해야 하는 여성 선희에 대해 "여성은 마리아이기도 하고 이브이기도 한 존재이지,마리아 아니면 이브여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이후 소설에 나타난 탈가족주의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했다. 유서 깊은 가문의 몰락을 통해 가부장제와 결탁한 유교 문화가 해체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규명한 심윤경 소설 ≪달의 제단≫을 예로 들며,그는 "기존 논의들과 달리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기에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서 드러나는 탈가족주의 경향이 '가족 자체가 해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족 개념이나 관점이 해체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정이현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과 박완서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서는 순진하거나 희생자인 척하지 않는 여성들을 찾아낸다. 부도가 난 부모 대신 자신의 저금통을 털어 과외비를 지급하는 소녀나 환자의 항문 사진을 찍은 변태 의사일 수도 있는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여성(≪오늘의 거짓말≫),비행기 사고로 딸 내외를 잃은 뒤 바깥사돈과 한지붕 아래에서 부부처럼 지내는 여성과 반신불수가 되어서도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편을 향해 살의를 품는 늙은 아내(≪친절한 복희씨≫)를 든다.

그는 "이제 불행만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문학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페미니즘 문학에도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영광의 상처'가 필요하며,그래야 '피해자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파워 페미니즘'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