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ㆍ중소도시 개척…내수 진작책 흐름타야
환경ㆍ물류ㆍ대체에너지…비교우위 분야 공략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생존게임'으로 변화시켰다.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짐을 싸고 있다. 둥관에서 무역업을 하는 이병용 사장은 26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공무역업자들만 철퇴를 맞았으나 지금은 거의 전 업종에서 철수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식 KOTRA 광저우 무역관장은 "한국의 대(對)광둥성 무역수지는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며 "가공무역 중심이라는 한국식 중국 진출 모델이 한계에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둥관에서 컴퓨터 저장장치용 스크루 등을 생산하는 서울금속의 박종민 법인장은 "광둥성에 3000개 정도 있던 경쟁업체 중 3분의 2는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며 "힘들지만 이번 위기를 잘 견디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하기만 한다면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얘기다.

농촌과 중소형 도시 등 새로운 시장도 돌파구로 꼽힌다. 광저우에 있는 삼성전자 화남총부 황일 법인장은 '둥시샤샹(東西下鄕)'이란 말로 향후 중국에서의 판매전략을 설명했다. '둥시'는 물건이란 뜻이고,'샤샹'은 시골로 간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대도시에 집중돼 있던 시장이 지방 소도시와 농촌으로 확장되고 있으며,이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2006년 이후 중국 전역에 90개 가까운 중저가 화장품 가게를 낸 카라카라의 이춘우 사장도 내수시장 유망론에 동의했다. 광시 좡족자치구 유주시에 있는 카라카라 매장은 10만위안(약 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지만 매월 2만위안(4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 중소기업들은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에 주력해 중국에 정말 진출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중국 정부가 농촌 소득 증대에 힘을 쏟으면서 중소도시나 농촌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화장품이나 의류 시장 등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KOTRA가 지난 24일 광저우에서 긴급 중국 비즈니스 전략회의를 개최한 결과 환경 물류 대체에너지 등이 유망 사업으로 꼽혔다. 박 무역관장은 "중국은 이제 제조를 위한 전략거점이 아니라 판매를 위한 전략시장"이라며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둥성 광저우/둥관=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