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 부품업체 '생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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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급격감소…수출비중 큰 곳 동반부도 공포
"미국에 진출해 '빅3' 자동차업체에 부품을 납품 중인데 현지에서 발굴한 호주 업체와도 거래를 할 수 있나요?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최근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북미 자동차부품 시장동향 및 구매정책 설명회'.한 부품사 직원이 '미국 자동차회사와 거래를 맺기 위한 법적 절차'를 열심히 설명하던 미국인 변호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국내 부품사와 미국 완성차 간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나올 만한 질문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사의 기로에 선 GM 포드 크라이슬러 대신 제3의 거래선을 발굴해서라도 위기를 돌파하려는 부품업계의 생존 몸부림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빅3에 엔진용 실린더를 납품하는 A사 대표는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데 빅3가 무너지면 납품대금은 물론 부품개발비와 시설투자비까지 날릴 판"이라며 "어떻게든 새로운 거래선을 찾아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포 휩싸인 국내 차부품업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와 국산차 업계의 '감산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GM대우와 쌍용자동차가 다음 달 일시적인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현대ㆍ기아자동차도 대형차를 생산하는 울산 2공장과 4공장의 주말 특근을 중단하면서 감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국산차와 거래하는 3300여개 1,2,3차 부품협력업체들이 매출 감소 및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미 GM대우의 2차 협력업체인 대영금속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도산했고 동양기전 유성기업 등은 매출목표를 낮춰 잡고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부품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한목소리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차량용 센서를 생산하는 B사 대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내년엔 방범ㆍ방재 등 신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차량용 에어컨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C업체 조모 과장은 "미국 애프터마켓에 생산품 전량을 수출 중인데 불황으로 중고차 판매가 늘어 애프터서비스 시장이 커질 거란 기대와 달리 차를 수리해 쓰는 소비자가 줄면서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대구ㆍ경북지역에 몰린 애프터마켓용 자동차부품사들은 연쇄 도산 위기에 봉착한 상태"라고 전했다.
◆자동차부품 강국 꿈 무너지나
북미 '빅3'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덴소,보시 같은 글로벌 부품사를 키우려던 정부와 업계의 청사진도 난관에 부딪쳤다.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액 124억달러 가운데 미국 비중은 22.6%(28억달러)로 수출국 가운데 가장 크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부품사들은 '동반 부도' 위기에 빠진 셈이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비용 절감과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협력부품업체 수를 대폭 줄일 경우 품질,기술,영업력이 떨어지는 영세한 한국 부품업계가 외면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자동차협동조합에 따르면 한국 차 부품 기술력은 일본의 80% 수준에 불과하며 규모의 경제를 노릴 수 없는 100인 이하 소기업 비중이 50%가 넘는다.
국내 1805개 1차 부품협력업체가 완성차에 납품하는 비중은 현대(57%) 기아(62.4%) GM대우(66.8%) 쌍용(46.6%) 등을 합쳐 평균 59.1%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로 자금줄이 막히면 친환경차용 첨단 부품,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전장부품 개발을 위한 연구ㆍ개발(R&D) 여력이 줄어들어 미래 성장동력도 사라진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미국에 진출해 '빅3' 자동차업체에 부품을 납품 중인데 현지에서 발굴한 호주 업체와도 거래를 할 수 있나요?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최근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북미 자동차부품 시장동향 및 구매정책 설명회'.한 부품사 직원이 '미국 자동차회사와 거래를 맺기 위한 법적 절차'를 열심히 설명하던 미국인 변호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국내 부품사와 미국 완성차 간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나올 만한 질문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사의 기로에 선 GM 포드 크라이슬러 대신 제3의 거래선을 발굴해서라도 위기를 돌파하려는 부품업계의 생존 몸부림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빅3에 엔진용 실린더를 납품하는 A사 대표는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데 빅3가 무너지면 납품대금은 물론 부품개발비와 시설투자비까지 날릴 판"이라며 "어떻게든 새로운 거래선을 찾아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포 휩싸인 국내 차부품업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와 국산차 업계의 '감산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GM대우와 쌍용자동차가 다음 달 일시적인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현대ㆍ기아자동차도 대형차를 생산하는 울산 2공장과 4공장의 주말 특근을 중단하면서 감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국산차와 거래하는 3300여개 1,2,3차 부품협력업체들이 매출 감소 및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미 GM대우의 2차 협력업체인 대영금속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도산했고 동양기전 유성기업 등은 매출목표를 낮춰 잡고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부품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한목소리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차량용 센서를 생산하는 B사 대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내년엔 방범ㆍ방재 등 신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차량용 에어컨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C업체 조모 과장은 "미국 애프터마켓에 생산품 전량을 수출 중인데 불황으로 중고차 판매가 늘어 애프터서비스 시장이 커질 거란 기대와 달리 차를 수리해 쓰는 소비자가 줄면서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대구ㆍ경북지역에 몰린 애프터마켓용 자동차부품사들은 연쇄 도산 위기에 봉착한 상태"라고 전했다.
◆자동차부품 강국 꿈 무너지나
북미 '빅3'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덴소,보시 같은 글로벌 부품사를 키우려던 정부와 업계의 청사진도 난관에 부딪쳤다.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액 124억달러 가운데 미국 비중은 22.6%(28억달러)로 수출국 가운데 가장 크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부품사들은 '동반 부도' 위기에 빠진 셈이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비용 절감과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협력부품업체 수를 대폭 줄일 경우 품질,기술,영업력이 떨어지는 영세한 한국 부품업계가 외면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자동차협동조합에 따르면 한국 차 부품 기술력은 일본의 80% 수준에 불과하며 규모의 경제를 노릴 수 없는 100인 이하 소기업 비중이 50%가 넘는다.
국내 1805개 1차 부품협력업체가 완성차에 납품하는 비중은 현대(57%) 기아(62.4%) GM대우(66.8%) 쌍용(46.6%) 등을 합쳐 평균 59.1%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로 자금줄이 막히면 친환경차용 첨단 부품,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전장부품 개발을 위한 연구ㆍ개발(R&D) 여력이 줄어들어 미래 성장동력도 사라진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