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 체감경기 사상 최악"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제조업체가 피부로 느끼는 경기도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

노동부는 상용근로자 5명 이상인 7208개 표본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 근로시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3분기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실질임금(물가상승률 제거)은 240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7만3000원보다 2.7% 줄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 중 상용근로자(정규직)만 놓고 보면 올해 3분기 실질임금은 지난해 3분기보다 2.4% 떨어진 255만8000원으로 2001년 3분기(-0.1%)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 실질임금 하락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4분기(-6.0%) 이후 이번이 최대 규모다.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은 1999년 1분기 1.7% 상승한 이후 2001년 2분기(-0.9%)와 3분기(-0.1%)를 제외하면 항상 올랐다.

특히 올해 3분기 임시·일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이 79만2000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9.2%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하락 추세는 보다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까지는 임시·일용근로자를 제외한 상용근로자에 대해서만 임금 조사를 실시해 전체 근로자에 대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노동부는 최근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떨어진 원인으로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른 반면 명목임금 상승폭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올 3분기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5.5% 올랐으나 명목임금은 267만2000원으로 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도 사상 최악이다. 한국은행이 2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12월 업황전망BSI는 52로 전달(65)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한 달 후의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대기업과 수출기업에까지 경기 침체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대기업의 12월 업황전망BSI는 52로 전달(68)보다 16포인트 떨어졌고 수출기업은 51로 전달(69)에 비해 18포인트 내렸다. 이 같은 전망치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매출과 공장 가동률이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12월 매출전망BSI는 73으로 전달(92)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김동욱/주용석 기자 kimdw@hankyung.com